소프트웨어 개발,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축하는 영역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진화해왔습니다. 우리는 '버튼을 찾아, 색깔을 바꾸고, 텍스트를 수정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명령을 코드에 나열하며 UI를 조작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점토를 조금씩 주무르고 덧붙여가며 원하는 형상을 빚어내는 과정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명령형(Imperative) 방식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관리의 어려움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상태(State)와 뷰(View)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특정 상태 변화가 UI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스파게티 코드'라 불리는 유지보수 지옥이 펼쳐지곤 했습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선언형(Declarative) UI'입니다. 이는 "UI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UI를 어떻게 변경할지 단계별로 지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특정 상태(State)가 주어졌을 때 UI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선언'합니다. 그러면 프레임워크가 현재 상태에 맞춰 이전 UI 상태와 새로운 UI 상태의 차이를 계산하고, 최소한의 변경만으로 화면을 효율적으로 갱신합니다. 이는 마치 설계도를 건네주면 건축가가 알아서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개발자는 '무엇(What)'에 집중하고, '어떻게(How)'는 프레임워크에 위임하는 것입니다.
이 혁명적인 변화의 중심에 Google의 Flutter, Apple의 SwiftUI, 그리고 Google의 Jetpack Compose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프레임워크는 각기 다른 생태계와 언어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UI는 상태의 함수다(UI = f(state))'라는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며 현대 UI 개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세 프레임워크가 어떻게 선언형 UI라는 동일한 목표를 각자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는지, 그 코드 뒤에 숨겨진 설계 사상과 철학적 차이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자 합니다.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 명령형에서 선언형으로
선언형 UI의 혁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명령형 UI 방식의 본질과 그 한계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명령형 접근법: "어떻게"에 집중하는 마이크로매니저
전통적인 안드로이드의 XML과 Activity 코드, 혹은 iOS의 UIKit을 사용한 개발 방식을 떠올려 봅시다. 사용자의 상호작용이나 데이터 변화에 따라 UI를 업데이트해야 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명령을 직접 수행해야 했습니다.
- 뷰(View)에 접근하기:
findViewById
나IBOutlet
과 같은 메커니즘을 사용해 UI 계층 구조(View Hierarchy)에서 조작하고자 하는 특정 위젯(버튼, 텍스트뷰 등)의 참조를 가져옵니다. - 상태 저장 및 관리: 현재 UI의 상태(예: 버튼의 활성화 여부, 텍스트의 내용)를 클래스의 멤버 변수 등에 직접 저장하고 추적해야 합니다.
- 직접적인 뷰 조작: 가져온 뷰 객체의 메서드(
setText()
,setBackgroundColor()
,setVisibility()
등)를 호출하여 원하는 대로 속성을 변경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로그인 버튼을 눌렀을 때 로딩 인디케이터를 보여주고 버튼을 비활성화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 봅시다. 명령형 코드에서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 가상의 명령형 코드 예시 (Java/Kotlin 스타일)
Button loginButton = findViewById(R.id.login_button);
ProgressBar loadingIndicator = findViewById(R.id.loading_indicator);
TextView errorText = findViewById(R.id.error_text);
void onLoginButtonClicked() {
// 1. UI 상태를 직접 변경
loginButton.setEnabled(false);
loadingIndicator.setVisibility(View.VISIBLE);
errorText.setText("");
// 2. 비즈니스 로직 수행 (네트워크 요청 등)
authApi.login(username, password, (result) -> {
if (result.isSuccess()) {
// 성공 시 UI 상태 변경
navigateToHomeScreen();
} else {
// 실패 시 UI 상태를 원래대로 혹은 에러 상태로 변경
loginButton.setEnabled(true);
loadingIndicator.setVisibility(View.GONE);
errorText.setText(result.getErrorMessage());
}
});
}
이 방식의 문제는 애플리케이션의 상태가 복잡해질수록 급격히 드러납니다. 여러 비동기 작업, 사용자 입력, 시스템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현재 UI가 어떤 상태에 있어야 하는지를 개발자가 일일이 추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로그인 성공, 실패, 네트워크 오류, 사용자 취소 등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UI를 올바른 상태로 되돌리거나 변경하는 코드를 명시적으로 작성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는 곧 상태 불일치(State Inconsistency) 버그로 이어집니다. "분명히 로딩이 끝났는데 왜 로딩 인디케이터가 사라지지 않지?"와 같은 문제는 대부분 이러한 명령형 방식의 복잡성에서 기인합니다.
선언형 접근법: "무엇"을 원하는지 기술하는 설계자
선언형 UI는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개발자는 더 이상 UI를 어떻게 변경할지 지시하지 않고, 주어진 데이터(상태)에 따라 UI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만을 기술합니다.
선언형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에 기반합니다.
UI = f(state)
여기서 state
는 애플리케이션의 모든 데이터를 의미하며, f
는 이 데이터를 UI로 변환하는 함수(또는 그에 상응하는 선언적 코드 블록)입니다. UI
는 그 결과물, 즉 화면에 그려지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상태가 변경되면, 프레임워크는 이 함수 f
를 다시 실행하여 새로운 UI 설명을 생성하고, 이전 UI 설명과 비교하여 변경된 부분만 효율적으로 화면에 반영합니다. 이 과정을 '조정(Reconciliation)' 또는 '재구성(Recomposition)'이라고 부릅니다.
앞서의 로그인 예시를 선언형 코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 가상의 선언형 코드 예시 (SwiftUI/Compose 스타일)
// 상태 정의
@State var isLoading: Bool = false
@State var errorMessage: String? = nil
// UI 선언
var body: some View {
VStack {
if isLoading {
ProgressView() // 로딩 인디케이터
} else {
Button("로그인") {
// 버튼 클릭 시 상태 변경
isLoading = true
errorMessage = nil
// 비즈니스 로직 수행
authApi.login(username, password) { result in
if (result.isSuccess) {
navigateToHomeScreen()
} else {
// 결과에 따라 상태만 변경
isLoading = false
errorMessage = result.getErrorMessage()
}
}
}
.disabled(isLoading) // 버튼 비활성화 여부는 'isLoading' 상태에 따라 결정됨
if let message = errorMessage {
Text(message).foregroundColor(.red) // 에러 메시지
}
}
}
}
가장 큰 차이점은 UI 요소를 직접 참조하여 메서드를 호출하는 코드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대신 isLoading
, errorMessage
와 같은 상태 변수 값에 따라 UI의 구조와 속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선언합니다. isLoading
이 true
이면 ProgressView
가 보이고, false
이면 Button
이 보입니다. 버튼의 활성화 여부 역시 .disabled(isLoading)
을 통해 상태에 직접 바인딩되어 있습니다. 개발자는 이제 '버튼을 비활성화하라'는 명령 대신, '로딩 중일 때 버튼은 비활성화된 상태이다'라고 선언하기만 하면 됩니다. 상태 관리 로직과 UI 묘사 로직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코드의 예측 가능성과 테스트 용이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Flutter의 철학: 모든 것은 위젯이다
Flutter는 Google이 개발한 크로스플랫폼 프레임워크로, Dart 언어를 사용하여 iOS, Android, 웹,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을 단일 코드베이스로 구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Flutter의 선언형 UI 철학은 "모든 것은 위젯이다(Everything is a widget)"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위젯: UI의 원자적 구성 요소
Flutter에서 위젯은 단순히 버튼이나 텍스트 같은 UI 컨트롤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화면 레이아웃(Row
, Column
, Stack
), 정렬(Center
, Align
), 패딩(Padding
), 애니메이션, 제스처 인식(GestureDetector
) 등 화면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위젯입니다. 심지어 애플리케이션의 최상위 구조 자체도 MaterialApp
이나 CupertinoApp
이라는 위젯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상속보다 구성(Composition over Inheritance)'이라는 객체 지향 설계 원칙을 극단적으로 따른 결과입니다. 복잡한 UI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클래스를 상속받아 기능을 확장하는 대신, 작고 단일한 목적을 가진 위젯들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구성)하여 원하는 UI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중앙에 패딩이 있는 텍스트를 만들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위젯을 중첩합니다.
Center(
child: Padding(
padding: const EdgeInsets.all(16.0),
child: Text(
'Hello, Flutter!',
style: TextStyle(fontSize: 24),
),
),
)
이러한 구조는 UI의 계층 구조를 코드 레벨에서 매우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각 위젯은 불변(Immutable) 객체로 설계되어, 한 번 생성되면 내부 속성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UI를 업데이트해야 할 때는 기존 위젯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태를 반영한 새로운 위젯 트리를 생성하여 기존 트리와 교체합니다. Flutter 엔진은 이 두 트리를 비교하여 변경이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만 실제 픽셀로 다시 그리는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상태 관리와 렌더링 파이프라인
Flutter는 상태를 가지지 않는 StatelessWidget
과 자체적으로 상태를 가질 수 있는 StatefulWidget
두 가지 핵심 위젯을 제공합니다. StatelessWidget
은 부모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에만 의존하며, 한 번 그려진 후에는 스스로 변경되지 않습니다. 반면, StatefulWidget
은 연관된 State
객체를 가지며, 이 State
객체 내에서 setState()
메서드를 호출하여 프레임워크에 상태 변경을 알립니다. setState()
가 호출되면, 해당 위젯의 build
메서드가 다시 실행되어 새로운 위젯 하위 트리를 생성하고 화면이 업데이트됩니다.
Flutter의 또 다른 중요한 철학적 특징은 렌더링 방식에 있습니다. Flutter는 OEM 위젯(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네이티브 UI 컴포넌트)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Skia라는 고성능 2D 그래픽 엔진을 사용하여 위젯을 화면에 직접 그립니다. 이는 마치 게임 엔진이 자체적으로 모든 그래픽을 렌더링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 방식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집니다.
- 픽셀 수준의 제어: 개발자는 UI의 모든 픽셀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어 매우 유연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구현이 가능합니다.
- 플랫폼 간 일관성: 어떤 플랫폼에서 실행되든 동일한 렌더링 엔진을 사용하므로 픽셀 단위까지 완벽하게 동일한 UI를 보장합니다. 'Write once, run anywhere'의 진정한 의미를 구현합니다.
- 성능: 네이티브 UI 브릿지를 거치지 않고 GPU에 직접 접근하여 렌더링하므로 복잡한 애니메이션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Flutter는 '위젯'이라는 일관된 추상화 모델과 자체 렌더링 엔진을 통해, 플랫폼의 제약에서 벗어나 개발자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일관성을 제공하는 것을 철학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SwiftUI의 철학: 애플 생태계와의 완벽한 조화
SwiftUI는 Apple이 2019년에 발표한 차세대 UI 프레임워크입니다. 오직 Apple 생태계(iOS, iPadOS, macOS, watchOS, tvOS)만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Swift 언어의 현대적인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선언형 UI를 구현합니다.
데이터 흐름과 진실의 원천(Source of Truth)
SwiftUI의 핵심 철학은 '데이터 흐름(Data Flow)'을 명확하게 관리하는 데 있습니다. SwiftUI는 상태가 어디에 저장되고(소유되고), 어떻게 뷰 사이에서 전달되고 관찰되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이를 위해 Swift의 강력한 기능인 '프로퍼티 래퍼(Property Wrapper)'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State
: 뷰 내부에서만 사용되는 단순한 로컬 상태를 위한 프로퍼티 래퍼입니다.@State
로 선언된 프로퍼티의 값이 변경되면, SwiftUI는 해당 뷰의 본문(body)을 다시 계산하여 UI를 업데이트합니다. 이 상태는 뷰가 소유하는 '진실의 원천'입니다.@Binding
: 부모 뷰가 소유한@State
를 자식 뷰에서 읽고 쓸 수 있도록 양방향 연결을 제공합니다. 자식 뷰는 상태를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개념입니다. 이를 통해 상태 소유권을 명확히 분리할 수 있습니다.@StateObject
/@ObservedObject
: 여러 뷰에 걸쳐 공유되어야 하는 더 복잡한 참조 타입(클래스 인스턴스)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됩니다.ObservableObject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객체의 변화를 감지하여 UI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합니다.@EnvironmentObject
: 애플리케이션의 전역적인 상태를 뷰 계층의 깊은 곳까지 명시적인 전달 없이 공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러한 프로퍼티 래퍼들은 상태의 소유권과 데이터 흐름을 코드상에서 명시적으로 만들어, 복잡한 앱에서도 데이터가 어디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는 단방향 데이터 흐름(Unidirectional Data Flow) 아키텍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상태 관리의 복잡성을 크게 낮춥니다.
값 타입(Value Type)으로서의 뷰
SwiftUI의 또 다른 중요한 설계 사상은 뷰를 값 타입(Struct)으로 정의한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UIKit에서 뷰(UIView
)는 참조 타입(Class)이었습니다. 즉, 뷰는 메모리에 한 번 할당되어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존재하는 객체였습니다. 이 객체를 직접 조작하여 UI를 변경했습니다.
반면 SwiftUI의 뷰(View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Struct)는 상태의 특정 시점의 스냅샷을 나타내는 가볍고 일시적인 설명서에 불과합니다. 상태가 변경되면, 이전의 뷰 구조체는 폐기되고 새로운 상태를 반영한 새로운 뷰 구조체가 생성됩니다. 이는 Flutter의 불변 위젯 철학과 유사하지만, Swift 언어의 값 타입 의미론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강제됩니다.
뷰를 값 타입으로 다루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 예측 가능성: 뷰는 자체적으로 숨겨진 상태를 가질 수 없습니다. 오직 외부에서 전달된 데이터에 의해서만 모습이 결정되므로, 동일한 입력에 대해 항상 동일한 출력을 보장하는 순수 함수와 유사하게 동작합니다.
- 성능: 구조체는 스택에 할당되고 복사가 빠르기 때문에, 뷰의 설명서를 생성하고 폐기하는 비용이 매우 저렴합니다. SwiftUI는 내부적으로 이 값 타입 뷰들의 차이를 효율적으로 계산하여 실제 화면을 그리는 참조 타입 렌더링 트리(UIKit/AppKit 뷰)에 최소한의 변경만을 가합니다.
플랫폼과의 깊은 통합
Flutter가 자체 렌더링 엔진을 통해 플랫폼 독립성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SwiftUI는 각 Apple 플랫폼의 네이티브 컨트롤과 느낌을 최대한 존중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SwiftUI로 작성된 Button
, Toggle
, List
등은 내부적으로 각 플랫폼(iOS, macOS 등)에 맞는 UIButton
, UISwitch
, UITableView
등으로 변환되어 렌더링됩니다. 따라서 SwiftUI 앱은 사용자가 기대하는 해당 플랫폼 고유의 룩앤필(look and feel)과 사용자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공합니다. 이는 'Write once, adapt anywhere' 철학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Apple 생태계 내에서의 완벽한 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SwiftUI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Jetpack Compose의 철학: 안드로이드 개발의 현대화와 실용성
Jetpack Compose는 Kotlin을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 네이티브 UI 툴킷입니다. 수년간 이어져 온 안드로이드의 XML 기반 뷰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 Google이 야심차게 내놓은 결과물이며, 선언형 UI의 장점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코틀린의 힘을 빌린 Composable 함수
Compose의 기본 구성 단위는 'Composable 함수'입니다. 이는 @Composable
어노테이션이 붙은 일반적인 Kotlin 함수로, UI의 일부를 '방출(emit)'하는 역할을 합니다. Flutter의 위젯 클래스나 SwiftUI의 뷰 구조체와 달리, Composable은 그저 함수라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는 Kotlin 언어의 강력한 기능(후행 람다, 확장 함수 등)을 활용하여 유연하고 간결한 DSL(Domain-Specific Language)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Composable
fun Greeting(name: String) {
Text(text = "Hello $name!")
}
@Composable
fun MyScreen() {
Column(modifier = Modifier.padding(16.dp)) {
Greeting(name = "Android")
Button(onClick = { /* ... */ }) {
Text("Click Me")
}
}
}
Composable 함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집니다.
- 순서에 상관없이, 여러 번 실행될 수 있음: Compose 프레임워크는 최적화를 위해 Composable 함수를 어떤 순서로든 호출할 수 있으며, UI 업데이트 시 여러 번 호출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Composable 함수 내에서는 부수 효과(Side-effect)가 없어야 합니다.
- 재구성(Recomposition): Composable 함수가 사용하는 상태가 변경되면, Compose는 해당 상태를 읽는 Composable 함수만 다시 호출(재구성)합니다. 전체 UI 트리를 다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변경이 필요한 부분만 지능적으로 골라서 업데이트하는 이 '스마트한 재구성'은 Compose의 핵심적인 성능 최적화 전략입니다.
상태 관리와 재구성의 원리
Compose는 재구성 과정에서 상태를 기억하기 위해 remember
라는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Composable 함수는 재구성이 일어날 때마다 내부의 로컬 변수가 초기화됩니다. 하지만 remember
블록 안에 상태를 저장하면, Compose는 이 값을 재구성 사이클 동안 유지합니다.
상태를 선언하고 UI 업데이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mutableStateOf
와 같은 상태 홀더(State Holder)를 사용합니다. 이 상태 객체의 .value
프로퍼티가 변경되면, Compose 런타임은 이 상태를 '읽고 있는' 모든 Composable을 자동으로 재구성하도록 예약합니다.
@Composable
fun Counter() {
// remember를 사용하여 재구성 시에도 count 상태가 유지되도록 함
val count = remember { mutableStateOf(0) }
Button(onClick = { count.value++ }) {
// Text는 count.value를 읽고 있으므로,
// count.value가 변경될 때마다 이 Text만 재구성됨
Text("Count: ${count.value}")
}
}
또한, Compose는 상태를 자식 Composable로 내려보내고, 이벤트는 콜백 람다를 통해 부모로 올려보내는 '상태 호이스팅(State Hoisting)' 패턴을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이는 상태를 소유하는 Composable과 상태를 단순히 표시만 하는 재사용 가능한 Composable을 분리하여 단방향 데이터 흐름을 구축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상호운용성: 점진적 전환을 위한 실용주의
Jetpack Compose의 가장 중요한 철학 중 하나는 '실용성'입니다. Google은 수많은 기존 안드로이드 앱들이 거대한 XML 기반 뷰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Compose는 기존 뷰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설계되었습니다.
- 기존 레이아웃에 Compose 사용하기:
ComposeView
를 XML 레이아웃에 추가하여 기존 화면의 일부를 점진적으로 Compose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Compose에 기존 View 사용하기:
AndroidView
Composable을 사용하여 지도, 웹뷰 등 아직 Compose로 구현되지 않은 기존 안드로이드 뷰를 Composable 함수 내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상호운용성은 개발팀이 거대한 애플리케이션을 한 번에 재작성하는 위험 부담 없이, 새로운 화면부터 혹은 기존 화면의 작은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Compose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기존의 막대한 코드 자산을 존중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Compose의 실용주의적 철학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결론: 같은 목표, 다른 길, 그리고 UI 개발의 미래
Flutter, SwiftUI, Jetpack Compose는 모두 'UI는 상태의 함수'라는 선언형 패러다임의 핵심 철학을 공유하며, 개발자가 복잡한 UI 상태 관리의 수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로직과 사용자 경험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들은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버그 발생 가능성을 줄이며, 코드의 가독성과 유지보수성을 향상시키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에는 각자의 뚜렷한 철학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 Flutter는 '위젯'이라는 일관된 추상화와 자체 렌더링 엔진을 통해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고, 최고의 크로스플랫폼 일관성과 개발자 자유도를 추구합니다.
- SwiftUI는 Swift 언어의 현대적 기능과 값 타입 시맨틱스를 기반으로 명확한 데이터 흐름을 구축하고, Apple 생태계와의 완벽한 통합과 네이티브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둡니다.
- Jetpack Compose는 Kotlin의 표현력을 극대화한 Composable 함수와 스마트한 재구성, 그리고 기존 뷰 시스템과의 완벽한 상호운용성을 통해 안드로이드 개발의 현대화와 점진적 전환이라는 실용성을 강조합니다.
어떤 프레임워크가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선택은 프로젝트의 목표, 타겟 플랫폼, 팀의 기술 스택, 그리고 각 프레임워크가 추구하는 철학에 대한 공감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명령형에서 선언형으로의 전환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넘어, 우리가 UI를 생각하고 구축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세 프레임워크는 그 흐름을 이끄는 선두주자로서, 앞으로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을 계속해서 혁신해 나갈 것입니다. 개발자들은 이제 '어떻게'의 굴레에서 벗어나,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창의적인 고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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