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과 아이폰은 애플 생태계의 핵심입니다. 사진을 옮기거나, 데이터를 백업하거나, Xcode를 이용해 개발 작업을 할 때 두 기기의 원활한 연결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맥북에 연결했을 때, 몇 초 혹은 몇 분 간격으로 연결이 계속 끊어지는 현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마치 접촉 불량인 것처럼 연결음과 해제음이 반복되고, 파인더(Finder) 사이드바에서 아이폰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 문제는 작업의 흐름을 완전히 깨뜨려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런 문제를 겪으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은 바로 케이블입니다. 정품 케이블로 바꿔보고, 새로 구매한 MFi 인증 케이블을 사용해봐도 증상은 여전합니다. 맥북의 다른 USB 포트에 꽂아봐도, 아이폰과 맥북을 수차례 재부팅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긋지긋한 연결 끊김 문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특히 macOS의 특정 시스템 프로세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연결 끊김의 주범: usbd 프로세스 오류
케이블이나 포트 등 물리적인 문제가 아님에도 연결이 불안정하다면, macOS의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 'usbd'라는 프로세스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usbd'는 'USB Daemon'의 약자로, 맥에 연결되는 모든 USB 장치를 관리하고 통신을 중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 프로세스입니다.
평상시에는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운영체제 업데이트, 특정 소프트웨어와의 충돌, 혹은 알 수 없는 내부 오류로 인해 이 'usbd' 프로세스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프로세스가 불안정해지면, 아이폰과 같은 복잡한 장치와의 데이터 통신 세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연결을 초기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겪는 연결-끊김 반복 현상의 실체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폰을 연결하면 충전 아이콘이 깜빡이며 충전과 방전이 반복됩니다.
- 맥북의 파인더(Finder)나 음악(Music) 앱에서 아이폰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 아이폰에서 "이 컴퓨터를 신뢰하겠습니까?"라는 팝업이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 사진 앱을 통해 사진을 가져오거나, 파인더로 파일을 백업하는 도중에 "iPhone 연결이 유실되었습니다"와 같은 오류 메시지와 함께 작업이 중단됩니다.
- Xcode로 앱을 빌드하여 아이폰에 설치하려는 순간, "Device disconnected" 오류가 발생하며 빌드에 실패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usbd' 프로세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터미널 명령어로 usbd 프로세스 재시작하기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
문제를 일으키는 'usbd' 프로세스를 직접 '초기화'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시스템 전체를 끄고 켤 필요 없이 문제의 원인이 되는 특정 프로세스만 빠르고 정확하게 재시작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macOS의 '터미널(Terminal)' 앱을 사용합니다.
터미널이 낯선 사용자라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래의 단계를 그대로 따라 하면 안전하고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1단계: 터미널 앱 실행하기
가장 먼저 터미널 앱을 실행해야 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Spotlight 검색 사용 (권장): 키보드에서
Command (⌘) + Space
키를 눌러 Spotlight 검색창을 열고, 'Terminal' 또는 '터미널'을 입력한 뒤 Enter 키를 누릅니다. - Finder에서 직접 실행: Finder를 열고, 메뉴 막대에서 '이동' > '유틸리티'를 클릭하거나, 단축키
Shift + Command (⌘) + U
를 눌러 유틸리티 폴더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터미널.app'을 찾아 더블클릭하여 실행합니다.
2단계: 명령어 입력 및 실행
터미널 창이 열리면, 하얀색 배경에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래의 명령어를 정확하게 복사하여 붙여넣거나 직접 입력합니다.
sudo killall -STOP usbd
명령어를 입력한 후 Enter 키를 누르면, 시스템은 암호를 요구할 것입니다. Password:
라는 문구 옆에 맥북 로그인 시 사용하는 암호를 입력하세요. 보안상의 이유로 암호를 입력할 때 화면에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 것(별표나 점도 나타나지 않음)이 정상이니, 당황하지 말고 정확하게 암호를 입력한 후 다시 Enter 키를 누릅니다.
명령어의 의미와 작동 원리
이 명령어가 정확히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지 이해하면 더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sudo
: 'Super User Do'의 약자로, 명령어에 관리자 권한을 부여합니다. 시스템 핵심 프로세스인 'usbd'를 제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killall
: 이름만 보면 무섭지만, 실제로는 특정 이름을 가진 모든 프로세스에게 '신호(Signal)'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STOP
: 이것이 바로 'killall'이 보내는 신호의 종류입니다. '종료(Terminate)' 신호가 아니라, 프로세스를 '일시 정지(Suspend)' 시키는 신호입니다. 즉, 'usbd' 프로세스를 강제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usbd
: 신호를 보낼 대상 프로세스의 이름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명령어는 "관리자 권한으로, 현재 실행 중인 모든 usbd 프로세스를 찾아 일시 정지시켜라"는 의미입니다. macOS의 시스템 감시자(launchd)는 'usbd'와 같은 핵심 프로세스가 멈춘 것을 즉시 감지하고, 이를 비정상적인 상태로 판단하여 자동으로 새로운 'usbd' 프로세스를 실행시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오류가 있던 프로세스는 사라지고, 깨끗한 상태의 새 프로세스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되어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3단계: 연결 확인
명령어를 실행한 후, 잠시 기다렸다가 아이폰을 맥북에 다시 연결해 보세요. 이전과 달리 연결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파인더와 사진 앱 등에서 정상적으로 인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백업, 사진 전송, 개발 등 원했던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위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시도해볼 추가 해결책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적 문제는 위의 'usbd' 재시작 방법으로 해결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지속된다면,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래의 방법들을 순서대로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1. 하드웨어 기본 점검
- 케이블 재확인: Apple 정품 또는 신뢰할 수 있는 MFi 인증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세요. 저품질 케이블은 충전은 되더라도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포트 청소: 아이폰의 라이트닝 포트와 맥북의 USB-C(썬더볼트) 포트 내부에 먼지나 이물질이 끼어있을 수 있습니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부드러운 솔이나 압축 공기를 사용해 조심스럽게 청소해 보세요.
- 다른 기기/포트 테스트: 가능하다면 다른 맥북이나 PC에 아이폰을 연결하여 문제가 맥북에서만 발생하는지, 아니면 아이폰 자체의 문제인지 확인합니다. 또한 맥북의 다른 USB 포트에도 연결하여 특정 포트의 문제인지 확인합니다.
2. 시스템 관리 컨트롤러(SMC) 재설정
SMC는 맥북의 전원, 배터리, 팬, 그리고 USB 포트를 포함한 저수준 하드웨어 기능을 관리합니다. 포트와 관련된 하드웨어 인식 오류가 있을 때 SMC 재설정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Apple Silicon (M1, M2, M3 등) 맥북: 시스템을 완전히 종료한 후, 10초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SMC가 재설정됩니다.
- T2 보안 칩이 탑재된 Intel 맥북: 맥북을 종료한 후,
왼쪽 Control(⌃) + 왼쪽 Option(⌥) + 오른쪽 Shift(⇧)
키를 7초간 누릅니다. 7초 후, 키를 누른 상태에서 전원 버튼도 함께 7초간 더 누른 다음 모든 키에서 손을 뗍니다. 몇 초 기다린 후 전원 버튼을 눌러 맥을 켭니다. - T2 칩이 없는 구형 Intel 맥북: 맥북을 종료한 후,
왼쪽 Shift(⇧) + 왼쪽 Control(⌃) + 왼쪽 Option(⌥)
키를 누른 상태에서 전원 버튼도 함께 누릅니다. 모든 키와 전원 버튼을 10초간 누르고 있다가 손을 뗀 후, 전원 버튼을 눌러 맥을 켭니다.
3. NVRAM 또는 PRAM 재설정 (Intel 맥만 해당)
NVRAM(비휘발성 랜덤 액세스 메모리)은 맥이 빠르게 접근해야 하는 특정 설정을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때때로 이 설정값이 손상되어 주변기기 인식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Apple Silicon 맥은 시동 과정에서 자동으로 이 부분을 점검하므로 별도의 재설정이 필요 없습니다.)
- Intel 맥북: 맥을 종료한 후, 전원 버튼을 눌러 맥을 켜는 즉시
Option(⌥) + Command(⌘) + P + R
네 개의 키를 동시에 길게 누릅니다. 약 20초 정도 누르고 있거나, 시동음이 두 번 들리면(시동음이 있는 모델의 경우) 키에서 손을 뗍니다.
4. 아이폰의 '위치 및 개인 정보 보호 재설정'
아이폰이 특정 컴퓨터와의 '신뢰' 관계를 기억하는 설정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이 설정을 초기화하면 맥북에 연결 시 새로운 신뢰 관계를 설정하게 됩니다.
- 아이폰에서 설정 > 일반 > 전송 또는 iPhone 재설정 > 재설정으로 이동합니다.
- 위치 및 개인 정보 보호 재설정을 탭하고 암호를 입력하여 확인합니다.
- 이 작업을 수행한 후 아이폰을 맥북에 연결하면 "이 컴퓨터를 신뢰하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다시 나타납니다. '신뢰'를 탭하여 연결을 허용합니다.
결론: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
맥북과 아이폰의 연결 끊김 문제는 매우 답답하고 성가신 경험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값비싼 케이블을 새로 사거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할 필요 없이 간단한 소프트웨어적 조치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sudo killall -STOP usbd
명령어는 문제의 핵심 원인인 USB 관리 프로세스를 직접 겨냥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결책입니다.
다음에 또다시 아이폰 연결이 불안정해진다면, 케이블을 탓하기 전에 먼저 터미널을 열고 이 명령어를 실행해 보세요.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정확한 원인을 알고 나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가이드가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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