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만들거나, 혹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폰트를 다운로드할 때, 우리는 거의 항상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같은 이름의 폰트인데도 파일 끝에 붙는 확장자가 낯섭니다. 바로 'OTF'와 'TTF'입니다. "둘 다 설치해야 하나?", "무슨 차이가 있지?", "내 작업에는 어떤 게 더 좋을까?" 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둘 다 설치하거나, 아무거나 먼저 보이는 것을 선택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두 파일 형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당신의 작업 결과물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작지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바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OTF와 TTF의 탄생 배경부터 기술적인 차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래서 내 상황엔 어떤 폰트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까지. 더 이상 폰트 파일 앞에서 망설이지 않도록, 당신의 작업에 날개를 달아줄 폰트 선택의 모든 것을 상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시작하기 전에: 폰트 파일, 대체 무엇일까요?
OTF와 TTF의 차이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전에, 우리가 사용하는 '폰트 파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간단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컴퓨터에서 우리가 보는 글자들은 사실 이미지(비트맵)가 아니라, 수학적인 공식으로 이루어진 '벡터(Vector)' 데이터입니다. 폰트 파일(.ttf, .otf 등)은 바로 이 '어떻게 글자를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령어와 데이터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벡터 방식이기 때문에 글자 크기를 아무리 키워도 깨지지 않고 선명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가'라는 글자를 표현하기 위해 "여기서 시작해서 이만큼의 곡선으로, 저기까지 직선으로 그려라"와 같은 정교한 설계도가 담겨 있는 셈이죠. OTF와 TTF는 바로 이 설계도를 그리는 방식과,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부가 정보의 종류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2. 원조의 품격, TTF (TrueType Font) 깊이 파헤치기
2.1. TTF의 탄생: 거인들의 전쟁 속에서 피어난 꽃
TTF, 즉 트루타입 폰트(TrueType Font)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디지털 타이포그래피 시장은 어도비(Adobe)의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기술과 'Type 1' 폰트 포맷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포스트스크립트는 고품질 인쇄를 위한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어도비에 지불해야 하는 비싼 라이선스 비용과 기술의 폐쇄성은 다른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특히 애플(App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어도비의 독주를 견제하고, 운영체제(OS) 수준에서 고품질의 글꼴 렌더링을 직접 제어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 애플이 주도하여 개발하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라이선스를 획득하여 대대적으로 채택한 새로운 폰트 포맷이 바로 '트루타입(TrueType)'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화면에서 보이는 그대로(True) 인쇄된다'는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철학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개념이었고, 애플의 System 7과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3.1에 기본 탑재되면서 TTF는 순식간에 디지털 폰트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2.2. TTF의 기술적 핵심: 2차 베지어 곡선과 '힌팅'
TTF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2차 베지어 곡선 (Quadratic Bézier curves): 글자의 외곽선(아웃라인)을 그리는 데 2차 베지어 곡선이라는 수학적 공식을 사용합니다. 이는 점 3개(시작점, 끝점, 그리고 하나의 제어점)를 이용해 곡선을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여 렌더링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정교한 힌팅 (Hinting) 기술: '힌팅'은 저해상도 화면(특히 예전의 CRT 모니터)에서 폰트가 픽셀 격자에 맞춰 선명하게 보이도록 미세 조정하는 기술입니다. 글자의 특정 부분이 픽셀 경계에 걸쳐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부분은 반드시 픽셀 라인에 맞춰라"와 같은 추가 정보를 폰트 파일 안에 심어두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힌팅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TTF 폰트는 윈도우 환경의 저해상도 모니터에서도 매우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TTF가 '화면용 폰트'로 명성을 얻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2.3. TTF의 장점과 단점
장점:
- 뛰어난 호환성: 거의 모든 현대 운영체제(Windows, macOS, Linux 등)와 소프트웨어에서 완벽하게 지원됩니다. 사실상 디지털 폰트의 '국제 표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훌륭한 화면 가독성: 특히 저해상도나 작은 크기의 텍스트에서 힌팅 기술 덕분에 선명하고 깔끔하게 보입니다. 웹이나 UI 디자인에서 여전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 단순함과 효율성: 기본적인 글자 세트만 담고 있을 경우, 구조가 단순하여 파일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습니다.
단점:
- 제한적인 고급 타이포그래피 기능: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합자(Ligatures), 대체 글자(Alternate Glyphs), 스와시(Swash) 같은 복잡하고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 기능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 곡선 표현의 한계: 2차 베지어 곡선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형태의 글자를 디자인할 때 3차 베지어 곡선보다 더 많은 점을 필요로 하거나, 표현의 정교함이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3. 진화한 표준, OTF (OpenType Font) 깊이 파헤치기
3.1. OTF의 탄생: 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가 되다
TTF가 시장을 장악했지만, 인쇄 전문가와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어도비의 PostScript Type 1 폰트가 제공하는 정교한 곡선 표현과 그래픽 기능을 그리워했습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OS에 더 풍부한 다국어 지원과 고급 타이포그래피 기능을 통합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러한 요구가 맞물려, 1990년대 후반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폰트 전쟁을 벌이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가 손을 잡은 것입니다.
두 거대 기업은 각자의 기술적 장점을 결합하여 새로운 차세대 폰트 포맷을 만들기로 합의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오픈타입(OpenType)'입니다. OTF는 TTF의 성공 요인이었던 크로스 플랫폼 호환성과 뛰어난 화면 표시 기술을 기반으로, 어도비 PostScript의 정교한 아웃라인 데이터와 고급 타이포그래피 기능을 통합한,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폰트 포맷입니다.
3.2. OTF의 기술적 핵심: '컨테이너' 구조와 고급 기능
OTF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컨테이너(Container)'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OTF 파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포맷이면서, 동시에 두 가지 종류의 글꼴 아웃라인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그릇 역할을 합니다.
- 두 종류의 아웃라인:
- CFF (Compact Font Format) 기반: 이는 어도비의 PostScript 기술에 뿌리를 둔 방식으로, 3차 베지어 곡선(Cubic Bézier curves)을 사용합니다. 점 4개(시작점, 끝점, 그리고 두 개의 제어점)를 이용해 곡선을 정의하여, TTF의 2차 곡선보다 훨씬 더 적은 점으로 복잡하고 유려한 곡선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OTF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OTF'라고 부를 때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 CFF 기반의 폰트입니다. 파일 확장자는
.otf
를 사용합니다. - TrueType 기반: OTF는 TTF의 2차 베지어 곡선 아웃라인도 그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 즉, TTF의 구조에 OTF의 고급 기능(아래 설명)을 추가한 형태입니다. 이 경우 파일 확장자는 여전히
.ttf
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일 확장자와 상관없이 OpenType의 고급 기능을 지원한다면 기술적으로는 OpenType 폰트입니다.
- CFF (Compact Font Format) 기반: 이는 어도비의 PostScript 기술에 뿌리를 둔 방식으로, 3차 베지어 곡선(Cubic Bézier curves)을 사용합니다. 점 4개(시작점, 끝점, 그리고 두 개의 제어점)를 이용해 곡선을 정의하여, TTF의 2차 곡선보다 훨씬 더 적은 점으로 복잡하고 유려한 곡선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OTF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OTF'라고 부를 때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 CFF 기반의 폰트입니다. 파일 확장자는
- 풍부한 오픈타입 피처 (OpenType Features): 이것이 OTF를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OTF는 단순한 글자 모양을 넘어, 특정 상황에서 글자가 어떻게 동적으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feature)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능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표준 합자 (Standard Ligatures): 특정 글자 쌍이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모양을 바꿔줍니다. 예를 들어
f
와i
가 만나면fi
처럼 하나의 글자로 합쳐져 가독성을 높입니다. - 문맥 대체 (Contextual Alternates): 문맥에 따라 글자의 모양이 바뀝니다. 예를 들어 필기체 폰트에서 단어의 끝에 오는 글자는 좀 더 길고 화려한 꼬리를 갖도록 할 수 있습니다.
- 임의 합자 (Discretionary Ligatures): 기능적인 목적보다는 장식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되는 합자입니다.
c
와t
,s
와t
등이 독특한 모양으로 합쳐집니다. - 스와시 (Swash): 글자의 일부(획)를 과장되고 장식적으로 표현하여 화려함을 더합니다. 제목이나 로고타입에 주로 사용됩니다.
- 스타일 세트 (Stylistic Sets): 디자이너가 하나의 폰트 파일 안에 여러 스타일의 대체 글자 그룹(예: 'a'의 다른 모양, 'g'의 다른 모양 등)을 넣어두고, 사용자가 선택해서 쓸 수 있게 하는 기능입니다.
- 소문자 크기의 대문자 (Small Caps): 대문자이지만 높이는 소문자에 맞춰진 글자입니다. 일반 대문자보다 덜 위압적이어서 본문 강조 등에 유용합니다.
- 다양한 숫자 스타일 (Lining, Oldstyle, Tabular, Proportional Figures): 표 작업을 위한 고정폭 숫자, 본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가변폭 숫자 등 다양한 숫자 스타일을 지원합니다.
- 표준 합자 (Standard Ligatures): 특정 글자 쌍이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모양을 바꿔줍니다. 예를 들어
- 확장된 글리프(Glyph) 지원: TTF가 최대 65,536개의 글자(글리프)를 지원하는 반면, OTF는 기술적으로 그 이상의 글리프를 담을 수 있어 전 세계의 모든 언어와 수많은 기호를 하나의 파일에 담는 것이 가능합니다.
3.3. OTF의 장점과 단점
장점:
- 강력한 타이포그래피 기능: 위에서 설명한 다양한 오픈타입 피처를 통해 전문가 수준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조판이 가능합니다.
- 정교한 글자 표현: CFF 기반 OTF의 3차 베지어 곡선은 복잡한 서체 디자인을 더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어 고품질 인쇄물에 특히 유리합니다.
- 크로스 플랫폼: TTF와 마찬가지로 Windows와 macOS에서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 하나의 파일: 과거 PostScript 폰트는 화면용 폰트와 프린터용 폰트 파일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OTF는 하나의 파일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단점:
- 파일 크기: 다양한 기능과 많은 글리프를 포함할수록 TTF보다 파일 크기가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CFF의 압축 효율 덕분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 구형 시스템 지원: 지금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주 오래된 시스템이나 일부 특수 프로그램에서는 오픈타입 피처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4. OTF vs TTF: 한눈에 보는 핵심 비교
지금까지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TTF (TrueType Font) | OTF (OpenType Font) |
---|---|---|
개발 주체 | Apple, Microsoft (1980년대 후반) | Microsoft, Adobe (1990년대 후반) |
아웃라인 기술 | 2차 베지어 곡선 (Quadratic) | 3차 베지어 곡선 (Cubic, CFF/PostScript) 또는 2차 베지어 곡선 (TrueType)을 담는 컨테이너 |
핵심 강점 | 뛰어난 힌팅 기술을 통한 화면 가독성, 범용성 | 풍부한 고급 타이포그래피 기능 (OpenType Features), 정교한 곡선 표현 |
고급 기능 | 제한적 (기본적인 합자 등은 가능) | 매우 풍부함 (합자, 대체 글자, 스와시, 스타일 세트 등) |
주요 사용처 | 일반적인 문서 작업, 웹, OS 기본 폰트 | 그래픽 디자인, 출판, 브랜딩, 전문적인 타이포그래피 |
파일 확장자 | .ttf |
.otf (CFF 기반), .ttf (TrueType 기반) |
5. 그래서, 어떤 폰트를 써야 할까요? (상황별 선택 가이드)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할 시간입니다. "내 작업에는 OTF와 TTF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정답은 "당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도와드리겠습니다.
5.1. 일반 사용자 (학생, 직장인, 블로거 등)
결론: 아무거나 쓰셔도 괜찮습니다. 고민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보고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제작, 이메일, 블로그 포스팅 등 일상적인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OTF와 TTF의 차이는 거의 체감되지 않습니다. 운영체제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폰트들(맑은 고딕, Apple SD 산돌고딕 Neo, 나눔고딕 등)은 대부분 TTF이거나, TTF 기반의 OTF입니다. 이 폰트들은 화면 가독성에 최적화되어 있어 어떤 작업을 하든 무리가 없습니다.
만약 새로운 폰트를 다운로드했는데 OTF와 TTF 버전이 모두 있다면, TTF를 우선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범용성이 높아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OTF를 설치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현대의 컴퓨팅 환경에서는 거의 없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5.2. 그래픽 디자이너, 출판 전문가, 브랜딩 디자이너
결론: 무조건 OTF를 선택하세요.
포스터, 로고, 브로슈어, 책, 패키지 디자인 등 시각적인 결과물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전문가 그룹에게 OTF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오픈타입 피처' 때문입니다.
- 로고타입 디자인: 특정 글자들을 더 아름답게 결합하는 합자(Ligature)나,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내는 대체 글자(Alternate)를 활용하여 세상에 하나뿐인 로고타입을 만들 수 있습니다.
- 편집 디자인: 본문에는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표준 합자를 적용하고, 제목이나 챕터 표지에는 화려한 스와시(Swash)나 장식적인 합자를 사용하여 시각적인 위계를 명확히 하고 아름다움을 더할 수 있습니다.
- 고급 조판: 표 안의 숫자는 폭이 일정한 Tabular Figure를 사용해 정렬을 맞추고, 본문 속 숫자는 주변 글자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Oldstyle Figure를 사용하는 등 전문적인 조판 규칙을 적용하여 텍스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Adobe Illustrator, InDesign, Photoshop과 같은 전문 디자인 툴은 이러한 오픈타입 피처를 완벽하게 지원합니다. 글리프(Glyph) 패널을 열어보면, 기본 글자 외에 폰트 디자이너가 숨겨놓은 수많은 보물 같은 대체 글자와 기능들을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TTF에서는 이러한 풍부한 표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한 CFF 기반 OTF의 3차 베지어 곡선은 인쇄 시 더 매끄럽고 정교한 글자 외곽선을 보장합니다.
5.3. 웹 개발자, UI/UX 디자이너
결론: 상황은 조금 복잡하지만, 원본 소스로는 OTF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웹 환경에서는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폰트 파일을 직접 전송해야 하므로 파일 크기와 렌더링 성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OTF나 TTF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이를 웹에 최적화된 포맷인 WOFF(Web Open Font Format)나 WOFF2로 변환하여 사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WOFF/WOFF2는 원본 폰트(OTF 또는 TTF)를 압축한 '껍데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원본 폰트가 담고 있던 정보와 기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 만약 당신의 웹사이트나 앱 디자인이 타이포그래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CSS의
font-feature-settings
속성을 통해 합자나 대체 글자 같은 오픈타입 피처를 제어해야 한다면, 원본 소스로는 반드시 해당 기능이 포함된 OTF 폰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OTF를 WOFF2로 변환해야 웹에서도 그 기능들을 쓸 수 있습니다. - 반면, 특별한 타이포그래피 기능 없이 기본적인 텍스트 렌더링만 필요하다면 TTF를 원본으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TTF의 뛰어난 힌팅 정보는 일부 저해상도 기기나 특정 환경에서 여전히 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대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레티나 등)와 발전된 폰트 렌더링 엔진 덕분에, 화면에서 OTF와 TTF의 가독성 차이는 거의 무의미해졌습니다. 따라서 UI/UX 디자이너의 선택 기준은 '내가 디자인에 고급 타이포그래피 기능을 사용할 것인가?'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OTF를, 아니라면 둘 중 어느 것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6. 흔한 오해와 진실 바로잡기
OTF와 TTF에 관해 오랫동안 떠돌던 몇 가지 오해들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명확히 정리해 드립니다.
오해 1: "OTF는 맥(Mac)용, TTF는 윈도우(Windows)용이다."
진실: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이는 아주 오래전, 각 운영체제가 특정 포맷을 주도적으로 밀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현재는 Windows와 macOS 모두 OTF와 TTF를 완벽하게 지원하며, 둘 사이의 플랫폼 종속성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OS에서든 두 포맷 모두 자유롭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해 2: "OTF는 무조건 TTF보다 우수하다."
진실: '우수하다'가 아니라 '기능이 더 많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OTF는 다양한 편의 기능과 강력한 엔진을 갖춘 고급 세단이고, TTF는 뛰어난 연비와 실용성을 갖춘 대중적인 세단과 같습니다. 출퇴근용으로 어떤 차가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듯이, 폰트 역시 사용 목적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전문적인 디자인 작업에는 OTF가 명백히 우수하지만, 일반적인 문서 작업 환경에서는 TTF의 단순함과 호환성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오해 3: "OTF는 인쇄용, TTF는 화면용이다."
진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TTF가 화면 렌더링에 강점을 가지고 탄생했고, OTF가 고품질 인쇄를 지향하는 PostScript 기술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경계는 거의 허물어졌습니다. 현대의 OTF 폰트도 훌륭한 화면 렌더링을 보여주며, 잘 만들어진 TTF 폰트는 인쇄에서도 충분히 좋은 품질을 냅니다. 다만, '최고 수준의 인쇄 품질'과 '가장 풍부한 타이포그래피 표현'을 원한다면 OTF가 더 적합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7. 미래를 엿보다: 가변 폰트 (Variable Fonts)
OTF와 TTF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폰트 기술의 미래인 '가변 폰트'를 잠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변 폰트는 OpenType 1.8 사양에 포함된 혁신적인 기술로, 폰트의 다양한 속성(두께, 폭, 기울기 등)을 별개의 파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파일 안에 '변화의 축(axis)'으로 담아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Light, Regular, Medium, Bold, Black 등 각 두께별로 별도의 폰트 파일이 필요했다면, 가변 폰트는 이 모든 두께 정보를 하나의 파일에 담고 사용자가 슬라이더를 조절하듯 원하는 두께를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애니메이션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웹 성능 최적화와 반응형 타이포그래피에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가변 폰트 기술이 바로 OpenType 포맷의 확장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OTF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타이포그래피 기술을 이끌어가는 핵심 플랫폼임을 보여줍니다.
8. 결론: 당신의 손에 맞는 최고의 도구를 선택하세요
긴 여정을 통해 OTF와 TTF의 세계를 탐험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두 폰트 파일 앞에서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핵심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 TTF (TrueType)는 뛰어난 호환성과 화면 가독성을 자랑하는, 오랜 시간 검증된 '신뢰의 아이콘'입니다. 일반적인 모든 작업에 차고 넘치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 OTF (OpenType)는 풍부한 고급 기능과 정교한 표현력을 갖춘, 전문가를 위한 '창의력의 확장팩'입니다. 당신의 디자인에 깊이와 개성을 더하고 싶을 때 최고의 선택입니다.
결국 OTF와 TTF의 선택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에 맞는 도구를 고르는 지혜'의 문제입니다. 목수는 못을 박을 때 망치를 쓰고 나사를 조일 때 드라이버를 씁니다. 당신의 다음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폰트 포맷은 무엇인가요? 이제 당신은 자신 있게 그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0 개의 댓글: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