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PC는 정말 REST보다 빠를까 속도의 비밀 파헤치기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가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비스 간의 효율적인 통신(Inter-Process Communication, IPC)은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수년간 웹 API의 제왕으로 군림해 온 REST(Representational State Transfer)는 그 유연성과 단순함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수백, 수천 개의 마이크로서비스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환경에서는 REST의 성능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글이 개발한 고성능 원격 프로시저 호출(RPC) 프레임워크, gRPC가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gRPC가 REST보다 빠르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라서' 혹은 '구글이 만들어서'와 같은 막연한 이유가 아닙니다. 그 속도의 비밀은 gRPC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술, 즉 데이터 직렬화 방식과 전송 프로토콜에 숨어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풀스택 개발자의 관점에서 gRPC와 REST의 내부 동작을 심층적으로 파헤쳐보고, 왜 gRPC가 고성능 마이크로서비스 통신 환경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더 나아가, 어떤 상황에서 gRPC를 선택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여전히 REST가 유효한지 현실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룰 내용:
  • REST API의 전통적인 방식과 성능적 한계점
  • gRPC를 빠르게 만드는 두 가지 핵심 기둥: Protocol BuffersHTTP/2
  • 데이터 직렬화 방식의 차이: 텍스트 기반 JSON vs 바이너리 기반 Protobuf
  • 전송 프로토콜의 진화: HTTP/1.1 vs HTTP/2 멀티플렉싱
  • gRPC의 강력한 무기, 양방향 스트리밍
  • 프로젝트에 맞는 기술 선택을 위한 실용적인 비교 가이드

API 통신의 표준, REST 다시 보기

gRPC의 장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REST API의 특징과 그 이면의 기술적 배경을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REST는 2000년 로이 필딩의 박사 논문에서 처음 소개된 아키텍처 스타일로, 웹의 기본 프로토콜인 HTTP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원(Resource): 모든 것을 URI(Uniform Resource Identifier)로 표현되는 '자원'으로 간주합니다. /users/123은 123번 ID를 가진 사용자를 의미하는 자원입니다.
  • 행위(Verb): 자원에 대한 행위는 HTTP 메서드(GET, POST, PUT, DELETE 등)를 통해 표현합니다. GET /users/123은 해당 사용자의 정보를 조회하는 행위입니다.
  • 표현(Representation): 자원의 상태는 JSON이나 XML 같은 형식으로 표현되어 클라이언트와 서버 간에 교환됩니다.
  • 무상태성(Stateless): 서버는 클라이언트의 상태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각 요청은 자신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 덕분에 REST는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우며, HTTP 인프라(캐시, 프록시 등)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졌습니다. 브라우저, 모바일 앱, 다른 서버 등 클라이언트를 가리지 않고 통신할 수 있는 범용성 덕분에 지난 20년간 웹 API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REST의 현실적인 성능 한계

하지만 마이크로서비스 환경, 특히 내부 서비스 간의 통신(East-West traffic)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REST의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텍스트 기반의 페이로드 (JSON): REST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JSON은 사람이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계에게는 비효율적입니다. 메타데이터(키 이름 등)가 데이터와 함께 반복적으로 전송되어 페이로드 크기가 커지고, 텍스트를 파싱하고 직렬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CPU 자원을 소모합니다. 예를 들어, {"userId": 123, "userName": "John Doe"} 라는 간단한 데이터도 숫자와 문자열을 구분하고, 키를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HTTP/1.1 프로토콜의 비효율성: 대부분의 REST API는 HTTP/1.1 위에서 동작합니다. HTTP/1.1은 연결당 하나의 요청과 응답만 처리할 수 있는 '파이프라이닝'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Head-of-Line(HOL) 블로킹' 문제는 여러 API를 동시에 호출해야 하는 마이크로서비스 환경에서 심각한 지연을 유발합니다. 브라우저들이 도메인당 동시 연결 수를 6개 정도로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3. 상대적으로 큰 헤더 정보: 매 요청마다 쿠키, 인증 토큰, User-Agent 등 거의 동일한 내용의 HTTP 헤더가 압축 없이 그대로 전송됩니다. 수백 개의 마이크로서비스가 초당 수천 번의 통신을 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 작은 오버헤드가 쌓여 무시 못 할 네트워크 부하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HTTP/2를 사용하는 REST API도 존재하지만, 프로토콜의 이점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REST의 본질적인 요청-응답 모델은 HTTP/2가 제공하는 스트리밍과 같은 고급 기능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릅니다. 바로 이러한 REST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gRPC입니다.

새로운 강자, gRPC의 등장

gRPC(gRPC Remote Procedure Call)는 구글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던 RPC 시스템인 'Stubby'를 기반으로 2015년에 공개한 오픈소스 RPC 프레임워크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gRPC는 원격에 있는 함수(프로시저)를 마치 로컬에 있는 것처럼 호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REST가 '자원'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면, gRPC는 '함수(또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gRPC가 REST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 그리고 성능 우위의 비결은 다음 두 가지 핵심 기술에 있습니다.

  1. 데이터 직렬화를 위한 Protocol Buffers (Protobuf)
  2. 전송을 위한 HTTP/2 프로토콜

이 두 가지 기술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어 gRPC를 고성능 통신 프레임워크로 만드는지, 하나씩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속도의 비밀 1: 데이터 직렬화 - Protocol Buffers vs JSON

통신 성능을 이야기할 때 데이터의 '전송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서버로 보낼 데이터를 준비(직렬화)하고, 서버가 받은 데이터를 해석(역직렬화)하는 과정은 통신 지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gRPC는 이 과정에서 JSON 대신 Protocol Buffers(Protobuf)를 기본 직렬화 메커니즘으로 사용합니다.

Protobuf는 구글이 개발한, 언어와 플랫폼에 중립적인 데이터 직렬화 형식입니다. XML이나 JSON과 비교했을 때 더 작고, 빠르며, 간단하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 핵심은 .proto 라는 파일을 통해 데이터 구조를 미리 '정의'하고 시작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proto 파일: 강력한 스키마 정의

gRPC에서는 먼저 .proto 파일에 서비스와 메시지(데이터 구조)를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정보를 요청하는 간단한 서비스를 정의해 보겠습니다.


// 프로토콜 버퍼 버전 정의
syntax = "proto3";

// 생성될 코드의 패키지 (Go 언어 기준)
option go_package = "example.com/project/user";

// UserService 라는 서비스를 정의
service UserService {
  // GetUser 라는 RPC 함수를 정의
  // UserRequest 메시지를 받아 UserResponse 메시지를 반환
  rpc GetUser (UserRequest) returns (UserResponse);
}

// GetUser 함수에 대한 요청 메시지
message UserRequest {
  int32 user_id = 1;
}

// GetUser 함수에 대한 응답 메시지
message UserResponse {
  int32 user_id = 1;
  string name = 2;
  string email = 3;
  repeated string roles = 4; // 반복되는 필드 (배열)
}

.proto 파일은 단순한 명세서가 아닙니다. Protobuf 컴파일러(protoc)를 사용하면 이 파일을 각 프로그래밍 언어(Go, Java, Python, C++, Node.js 등)에 맞는 데이터 클래스와 서비스 인터페이스 코드로 자동 생성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는 이 생성된 코드를 기반으로 서버 로직을 구현하고 클라이언트 코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강력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 강력한 타입 안정성(Type Safety): 컴파일 시점에 데이터 타입이 검증됩니다. user_id는 정수형(int32)이어야 하며, 다른 타입을 넣으려고 하면 컴파일 에러가 발생합니다. 이는 런타임에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타입 관련 버그를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 명확한 API 계약(Contract): .proto 파일 자체가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의 명확한 계약서 역할을 합니다. API 문서가 코드와 분리되어 발생하는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뛰어난 하위 호환성: Protobuf는 필드 번호(= 1, = 2)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식별합니다. 기존 필드를 삭제하거나 새로운 필드를 추가하더라도, 필드 번호만 유지된다면 이전 버전의 클라이언트/서버와 호환성을 유지하기 용이합니다.

바이너리 직렬화: 작고 빠른 이유

Protobuf의 진정한 힘은 데이터를 바이너리 형식으로 직렬화하는 데서 나옵니다. 위 UserResponse 메시지에 user_id = 123, name = "Alice", email = "alice@example.com", roles = ["admin", "user"] 라는 데이터를 담았을 때 JSON과 Protobuf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겠습니다.

JSON 표현:


{
  "user_id": 123,
  "name": "Alice",
  "email": "alice@example.com",
  "roles": ["admin", "user"]
}

이 JSON 문자열의 크기는 공백을 제외하더라도 약 100바이트가 넘습니다. "user_id", "name"과 같은 키 이름이 데이터와 함께 매번 전송되어야 하고, 숫자 123도 텍스트 '1', '2', '3'으로 표현됩니다.

Protobuf 바이너리 표현 (개념적):

Protobuf는 이 데이터를 매우 압축된 바이너리 형식으로 변환합니다. 실제 바이너리는 사람이 읽을 수 없지만, 개념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담깁니다.

(필드번호 1, 타입 정수), 123, (필드번호 2, 타입 문자열), 5, "Alice", (필드번호 3, 타입 문자열), 17, "alice@example.com", (필드번호 4, 타입 문자열), 5, "admin", (필드번호 4, 타입 문자열), 4, "user"

여기서는 키 이름("user_id", "name" 등) 대신 미리 정의된 필드 번호(1, 2, 3)와 데이터 타입 정보만 사용됩니다. 정수 123은 가변 길이 인코딩(Varint)을 통해 효율적으로 저장되고, 문자열은 길이 정보와 함께 바이너리로 기록됩니다. 이렇게 직렬화된 데이터의 크기는 약 40~50바이트 수준으로, JSON 대비 50% 이상 작습니다.

핵심 포인트: Protobuf는 스키마를 통해 데이터 구조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JSON처럼 매번 키 이름을 문자열로 전송할 필요가 없습니다. 필드 번호와 타입 정보만으로 데이터를 식별하므로 페이로드가 극적으로 작아집니다.

파싱 속도의 차이

크기뿐만 아니라 처리 속도에서도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JSON 파서는 텍스트를 읽어들여 각 키를 문자열로 식별하고, 값의 타입을 추론(숫자인지, 문자열인지, 불리언인지 등)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CPU 연산을 상당히 소모합니다.

반면, Protobuf 역직렬화는 훨씬 간단합니다. 미리 컴파일된 코드는 바이너리 스트림에서 어떤 바이트가 어떤 필드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바이트를 읽어 바로 메모리의 객체 필드에 할당하면 되므로, 텍스트 파싱과 같은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Protobuf의 직렬화/역직렬화 속도는 JSON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빠릅니다.

Protocol Buffers vs JSON 비교 요약

항목 Protocol Buffers (gRPC) JSON (REST)
형식 바이너리(Binary) 텍스트(Text)
페이로드 크기 매우 작음 상대적으로 큼
처리 속도 (직렬화/역직렬화) 매우 빠름 상대적으로 느림
스키마(Schema) 필수 (.proto 파일로 사전 정의) 선택 (스키마 없음, OpenAPI 등으로 보완 가능)
타입 안정성 강력함 (컴파일 시점 검증) 약함 (런타임에 검증 필요)
가독성 사람이 직접 읽기 어려움 사람이 읽고 쓰기 쉬움
주요 사용처 서버 간 통신, 고성능 API, 모바일/IoT 웹 브라우저 기반 API, 공개 API, 간단한 서비스

속도의 비밀 2: 전송 프로토콜 - HTTP/2 vs HTTP/1.1

gRPC의 성능을 완성하는 두 번째 핵심 요소는 바로 HTTP/2입니다. Protobuf가 데이터 자체를 다이어트하고 처리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HTTP/2는 그 데이터를 전송하는 '도로'를 고속도로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전통적인 REST API가 주로 사용하는 HTTP/1.1과 비교하여 HTTP/2가 어떤 혁신적인 개선을 이루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HTTP/2의 핵심 기능: 멀티플렉싱(Multiplexing)

HTTP/1.1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HOL(Head-of-Line) 블로킹입니다. 이는 하나의 TCP 연결에서 요청을 보내고 응답을 받아야만 다음 요청을 보낼 수 있는 순차적인 처리 방식 때문에 발생합니다. 마치 1차선 도로에서 앞 차가 멈추면 뒷 차들이 모두 기다려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HTTP/2는 이 문제를 **멀티플렉싱(Multiplexing)**이라는 기능으로 해결합니다. 멀티플렉싱은 하나의 TCP 연결 위에 여러 개의 독립적인 '스트림(Stream)'을 만들어, 여러 요청과 응답이 순서에 상관없이 동시에(concurrently) 오고 갈 수 있게 합니다. 각 요청과 응답 데이터는 잘게 쪼개져 '프레임(Frame)'이라는 단위로 전송되며, 각 프레임에는 자신이 속한 스트림의 ID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버나 클라이언트는 이 ID를 보고 각 프레임을 재조립하여 원래의 메시지를 복원합니다.

마이크로서비스 환경에서 이 기능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인증 서비스, 사용자 정보 서비스, 상품 정보 서비스를 차례로 호출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 HTTP/1.1 (REST): 인증 서비스에 요청 후 응답을 기다리고, 그 다음 사용자 정보 서비스에 요청 후 응답을 기다리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거나, 각 서비스마다 새로운 TCP 연결을 맺어야 합니다. 두 방식 모두 지연 시간이 누적됩니다.
  • HTTP/2 (gRPC): 하나의 TCP 연결을 재사용하여 세 서비스에 대한 요청을 거의 동시에 보낼 수 있습니다. 각 서비스의 응답은 준비되는 대로 클라이언트에게 전송되므로 전체적인 처리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헤더 압축 (HPACK)

REST API 호출 시 매번 반복적으로 전송되는 HTTP 헤더는 작은 페이로드의 경우 데이터 본문보다 더 큰 경우도 있습니다. HTTP/2는 **HPACK**이라는 헤더 압축 방식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HPACK은 클라이언트와 서버가 이전에 주고받았던 헤더의 목록을 동적 테이블(Dynamic Table) 형태로 유지합니다. 이후 요청에서는 변경된 헤더 값만 보내거나, 이전에 보냈던 헤더와 동일하다면 테이블의 인덱스만 보내는 방식으로 헤더 크기를 극적으로 줄입니다. 예를 들어, 첫 요청에 Authorization: Bearer [긴 토큰]User-Agent: MyClient/1.0을 보냈다면, 다음 요청부터는 이 긴 문자열 대신 간단한 인덱스 번호(예: 62, 63)만 전송하게 됩니다. 이 방식은 특히 인증 토큰처럼 크고 반복적인 헤더가 많은 마이크로서비스 환경에서 통신 오버헤드를 크게 감소시킵니다.

서버 푸시 (Server Push)

서버 푸시는 클라이언트가 요청하지 않은 리소스를 서버가 미리 보내주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HTML 파일을 요청했을 때, 서버는 해당 HTML이 필요로 할 CSS 파일과 JavaScript 파일을 클라이언트의 추가 요청 없이 바로 보내줄 수 있습니다. 이는 웹 페이지 로딩 속도를 개선하는 데 유용하지만, gRPC와 같은 API 통신에서는 양방향 스트리밍이라는 더 강력한 기능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이너리 프로토콜

HTTP/1.1은 텍스트 기반 프로토콜로, 줄 바꿈(CRLF) 등으로 메시지의 끝을 구분합니다. 이는 파싱 과정에서 모호함을 유발할 수 있고 비효율적입니다. 반면, HTTP/2는 모든 데이터를 프레임이라는 구조화된 바이너리 단위로 캡슐화합니다. 이는 기계가 파싱하기에 훨씬 효율적이고 오류 발생 가능성이 적습니다.

gRPC는 Protobuf라는 바이너리 직렬화 형식과 HTTP/2라는 바이너리 전송 프로토콜을 결합하여, 데이터 생성부터 전송, 처리까지 전 과정에서 텍스트 기반 처리의 비효율성을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이것이 gRPC가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gRPC의 성능은 단순히 Protobuf나 HTTP/2 둘 중 하나 때문이 아닙니다. 이 두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하여 데이터의 표현(representation)과 전송(transport) 계층 모두에서 최적화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경량화된 차체(Protobuf)에 강력한 엔진(HTTP/2)을 장착한 것과 같습니다."

gRPC의 또 다른 무기: 스트리밍

성능 외에도 gRPC는 REST에 비해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는데, 바로 스트리밍을 네이티브로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REST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요청에 하나의 응답이 오는 단일 요청-응답 모델에 기반합니다. 실시간 통신을 구현하려면 웹소켓(WebSocket)이나 SSE(Server-Sent Events), 혹은 롱 폴링(Long Polling)과 같은 별도의 기술을 조합해야 합니다.

반면, gRPC는 HTTP/2의 스트림 기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스트리밍 통신을 .proto 파일에 간단히 정의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gRPC가 지원하는 4가지 통신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단항(Unary) RPC:

    클라이언트가 단일 요청을 보내고, 서버가 단일 응답을 반환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REST API와 동일한 모델입니다.

    rpc GetUser (UserRequest) returns (UserResponse);
  2. 서버 스트리밍(Server streaming) RPC:

    클라이언트가 단일 요청을 보내면, 서버가 여러 개의 메시지를 순차적으로 스트리밍하여 보냅니다. 예를 들어, 주식 시세 구독을 요청하면 서버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격 정보를 계속해서 보내주는 시나리오에 적합합니다.

    // 요청을 보내면 실시간 이벤트 스트림을 받음
    rpc SubscribeToEvents (SubscriptionRequest) returns (stream Event);
  3. 클라이언트 스트리밍(Client streaming) RPC:

    클라이언트가 여러 개의 메시지를 스트리밍하여 서버에 보내고, 모든 메시지 전송이 끝나면 서버가 단일 응답을 반환합니다. 대용량 파일 업로드나, 클라이언트에서 발생하는 로그/메트릭 정보를 일괄적으로 서버에 전송하는 경우에 유용합니다.

    // 로그 스트림을 보내고 처리 결과를 받음
    rpc UploadLogStream (stream LogRequest) returns (UploadSummary);
  4. 양방향 스트리밍(Bidirectional streaming) RPC:

    클라이언트와 서버가 하나의 연결 위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메시지 스트림을 주고받습니다. 마치 전이중(full-duplex) 통신처럼 동작하며, 실시간 채팅, 온라인 게임, 협업 도구 등 지속적인 양방향 상호작용이 필요한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채팅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음
    rpc Chat (stream ChatMessage) returns (stream ChatMessage);

이러한 네이티브 스트리밍 지원은 gRPC를 단순한 요청-응답 프레임워크를 넘어,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복잡한 상호작용을 위한 강력한 솔루션으로 만들어 줍니다. REST API와 웹소켓을 별도로 구현하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하나의 기술 스택(gRPC) 안에서 다양한 통신 모델을 일관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개발 생산성 측면에서도 큰 장점입니다.

그렇다면 REST는 이제 끝인가? gRPC vs REST 선택 가이드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gRPC가 모든 면에서 REST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gRPC와 REST는 각기 다른 장단점과 이상적인 사용 사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에 따라 현명하게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려사항 gRPC REST 상세 설명
성능 매우 우수 보통 바이너리 프로토콜(Protobuf, HTTP/2) 덕분에 내부 마이크로서비스 통신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브라우저 지원 제한적 (gRPC-Web 필요) 네이티브 지원 브라우저는 gRPC를 직접 지원하지 않아 프록시(gRPC-Web)가 필요합니다. REST는 모든 브라우저에서 기본적으로 지원됩니다.
데이터 형식 Protobuf (바이너리) 주로 JSON (텍스트) gRPC는 기계 간 통신에, REST는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디버깅하기에 용이합니다.
API 계약/스키마 강제 (Contract-First) 선택 (Code-First 가능) gRPC는 .proto 파일을 통해 엄격한 API 계약을 강제하여 타입 안정성을 보장합니다. REST는 OpenAPI/Swagger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 네이티브 지원 (양방향) 제한적 (별도 기술 필요) 실시간 통신이 필요하다면 gRPC가 훨씬 강력하고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코드 생성 강력함 도구에 따라 다름 gRPC는 다양한 언어의 클라이언트/서버 스텁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하여 개발 생산성을 높입니다.
생태계 및 도구 성장 중 매우 성숙함 REST는 Postman, curl 등 범용 HTTP 도구로 쉽게 테스트할 수 있으며, 방대한 커뮤니티와 자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gRPC를 선택해야 할 때

  • 내부 마이크로서비스 간 통신: 성능이 가장 중요한 내부 서비스 간 통신(East-West traffic)에서는 gRPC가 거의 항상 올바른 선택입니다. 낮은 지연 시간과 높은 처리량은 전체 시스템의 응답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 다중 언어(Polyglot) 환경: Go, Java, Python, Node.js 등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gRPC의 강력한 코드 생성 기능은 언어 간의 원활한 통합을 보장합니다.
  • 실시간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채팅, IoT 데이터 수집, 실시간 대시보드 등 지속적인 데이터 스트림이 필요한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네트워크 대역폭이 제한된 환경: 모바일 클라이언트나 IoT 디바이스와 같이 네트워크 비용이 민감한 환경에서는 Protobuf의 작은 페이로드 크기가 큰 장점이 됩니다.

REST를 선택해야 할 때

  • 외부에 공개되는 Public API: 불특정 다수의 클라이언트(특히 웹 브라우저)를 지원해야 하는 경우, 범용성과 호환성이 뛰어난 REST가 더 적합합니다. 개발자들은 별도의 라이브러리 없이도 `curl`이나 브라우저 개발자 도구로 쉽게 API를 테스트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간단한 CRUD 중심의 서비스: 복잡한 기능 없이 단순히 자원을 생성, 조회, 수정, 삭제하는 것이 주인 서비스라면 REST의 단순함이 개발 속도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 HTTP 캐싱 활용이 중요할 때: REST는 HTTP의 시맨틱을 그대로 따르므로, 표준 HTTP 캐시 서버(Varnish 등)나 CDN을 통해 응답을 쉽게 캐싱하여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API 명세의 가독성과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중요할 때: JSON은 사람이 바로 읽고 수정할 수 있어 초기 개발 단계나 간단한 API를 다룰 때 직관적입니다.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와 gRPC-Web

gRPC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브라우저에서 직접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브라우저는 보안상의 이유로 개발자가 HTTP/2의 프레임 레벨까지 제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gRPC-Web입니다.

gRPC-Web은 브라우저(클라이언트)와 gRPC 서버 사이에 프록시(예: Envoy, Nginx 또는 전용 프록시)를 두어 통신을 중계하는 방식입니다. 브라우저는 gRPC-Web 요청(일반적인 HTTP/1.1 또는 Fetch 요청과 유사)을 프록시로 보내고, 프록시는 이 요청을 표준 gRPC 요청으로 변환하여 백엔드 서비스로 전달합니다. 응답은 그 역순으로 전달됩니다. 이를 통해 브라우저에서도 gRPC의 장점(Protobuf, 강력한 타입 시스템, 코드 생성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gRPC-Web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현재 표준으로는 클라이언트 스트리밍과 양방향 스트리밍을 지원하지 않고, 서버 스트리밍만 가능합니다. 또한 아키텍처에 프록시라는 구성 요소가 추가되어 관리 포인트가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Public API에 gRPC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gRPC-Web의 이러한 제약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성능을 위한 현명한 선택

결론적으로, 'gRPC는 정말 REST보다 빠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입니다. 그 이유는 gRPC가 태생부터 고성능을 목표로, 통신의 모든 계층에서 최적화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1. 데이터 표현 계층: 텍스트 기반의 비효율적인 JSON 대신, 스키마 기반의 압축된 바이너리 형식인 Protocol Buffers를 사용하여 페이로드 크기를 줄이고 직렬화/역직렬화 속도를 극대화했습니다.
  2. 데이터 전송 계층: 순차 처리의 한계를 가진 HTTP/1.1 대신, 단일 연결에서 다중 요청/응답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플렉싱과 헤더 압축을 지원하는 HTTP/2를 채택하여 네트워크 지연을 최소화했습니다.

하지만 '빠르다'는 것이 항상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gRPC는 내부 마이크로서비스 통신과 같이 성능이 최우선이고 통제된 환경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전문가용 도구에 가깝습니다. 반면 REST는 웹 생태계와의 뛰어난 호환성과 범용성을 바탕으로 Public API와 간단한 서비스에서 여전히 강력하고 실용적인 선택지입니다.

현대적인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종종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외부 세계와의 통신(North-South traffic)은 REST API 게이트웨이를 통해 처리하고, 내부 서비스 간의 민감하고 빈번한 통신(East-West traffic)은 gRPC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각 기술의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당면한 문제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뛰어난 개발자와 아키텍트의 역량일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통신 방식이 가장 적합할지, 이 글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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