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19, 2025

도커를 넘어 쿠버네티스로: 현명한 선택을 위한 핵심 비교

클라우드 네이티브 시대의 개발자라면 '도커'와 '쿠버네티스'라는 단어를 지겹도록 들었을 겁니다. 많은 이들이 두 기술을 경쟁 관계로 오해하지만, 사실 이 둘은 서로를 보완하며 현대적인 애플리케이션 배포의 핵심을 이루는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마치 망치와 전동 드릴처럼, 각자의 역할과 쓰임새가 명확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두 기술의 기능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왜 우리는 도커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고 쿠버네티스를 선택하게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통해 두 기술의 역할과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여러분의 프로젝트에 맞는 현명한 기술 선택을 돕는 것이 이 글의 목표입니다.

1. 모든 것의 시작, 컨테이너와 도커(Docker)

쿠버네티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컨테이너와 도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내 컴퓨터에서는 잘 되는데, 왜 서버에서는 안 되지?"라는 개발자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컨테이너 기술입니다.

컨테이너란 무엇인가?

컨테이너는 애플리케이션과 그 실행에 필요한 모든 종속성(라이브러리, 시스템 도구, 코드, 런타임 등)을 패키징한 격리된 실행 환경입니다. 마치 해외로 물건을 보낼 때 사용하는 '선적 컨테이너'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내용물이 무엇이든 규격화된 컨테이너에 담으면 어떤 배나 트럭으로도 운송할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 컨테이너는 어떤 환경(개발자 PC, 테스트 서버, 프로덕션 서버)에서든 동일하게 실행되는 것을 보장합니다.

도커(Docker)의 역할

도커는 이러한 컨테이너 기술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대표적인 도구입니다. 도커는 다음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 이미지 빌드(Build): 애플리케이션과 종속성을 Dockerfile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컨테이너 이미지'라는 템플릿으로 만듭니다.
  • 이미지 공유(Ship): 빌드된 이미지를 Docker Hub와 같은 '레지스트리'에 저장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합니다.
  • 컨테이너 실행(Run): 공유된 이미지를 가져와 실제 격리된 환경인 '컨테이너'로 실행합니다.

도커 덕분에 개발자들은 인프라 걱정 없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개발-테스트-배포 과정이 놀랍도록 단순하고 빨라졌습니다.

2. 스케일의 문제: 도커만으로는 왜 부족할까?

작은 프로젝트나 단일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할 때는 도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성장하고 수십,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여러 서버(노드)에 걸쳐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스케일의 문제'입니다.

  • 수동 관리의 한계: 100개의 컨테이너를 10대의 서버에 적절히 분산 배치하고, 특정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서버의 컨테이너들을 다른 서버로 옮기는 작업을 수동으로 할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네트워킹의 복잡성: 여러 서버에 흩어져 있는 컨테이너들이 서로 어떻게 통신해야 할까요? 외부 사용자는 어떻게 이 복잡한 내부 구조를 모르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 무중단 배포의 어려움: 새로운 버전의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때, 기존 컨테이너를 중지하고 새 컨테이너를 띄우는 동안 서비스 중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자동 복구의 부재: 특정 컨테이너에 오류가 발생해서 종료되면, 누군가 이를 감지하고 다시 실행시켜 줘야 합니다.

이러한 대규모 컨테이너 환경의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Container Orchestration)' 기술이며, 쿠버네티스는 이 분야의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입니다.

3.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쿠버네티스(Kubernetes)

쿠버네티스(K8s)는 여러 서버(노드)로 구성된 클러스터 환경에서 수많은 컨테이너를 자동으로 배포, 확장, 관리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도구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수많은 연주자들을 조율하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듯, 쿠버네티스는 수많은 컨테이너들을 조율하여 안정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냅니다.

쿠버네티스가 해결해주는 핵심적인 문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동화된 스케줄링: 컨테이너가 필요로 하는 자원(CPU, 메모리)을 고려하여 클러스터 내의 가장 적절한 노드에 자동으로 배치합니다.
  • 자기 치유(Self-healing): 실행 중인 컨테이너가 응답이 없거나 실패하면 자동으로 재시작하거나 다른 컨테이너로 교체합니다. 노드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노드의 컨테이너들을 다른 건강한 노드로 옮겨 실행합니다.
  • 서비스 디스커버리 및 로드 밸런싱: 여러 개의 동일한 컨테이너들에게 고유한 DNS 이름을 부여하고, 이들 간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산(로드 밸런싱)하여 안정적인 서비스 엔드포인트를 제공합니다.
  • 자동화된 롤아웃 및 롤백: 새로운 버전의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때, 점진적으로 새 컨테이너를 배포하고(롤링 업데이트), 문제가 발생하면 이전 버전으로 신속하게 되돌릴(롤백) 수 있습니다.
  • 시크릿 및 구성 관리: 비밀번호, API 키와 같은 민감한 정보(시크릿)와 애플리케이션 설정을 컨테이너 이미지와 분리하여 안전하고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4. 핵심 비교: 도커 vs 쿠버네티스, 무엇을 언제 써야 할까?

이제 "도커와 쿠버네티스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도커는 컨테이너를 만들고 실행하는 '실행 도구'이고, 쿠버네티스는 그 컨테이너들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관리 도구'입니다. 쿠버네티스는 내부적으로 도커(또는 containerd와 같은 다른 컨테이너 런타임)를 사용하여 컨테이너를 실행합니다.

따라서 더 정확한 비교는 '도커 단독 사용' vs '도커 + 쿠버네티스 사용' 또는 '도커 스웜(Docker Swarm)' vs '쿠버네티스'가 될 것입니다. (도커 스웜은 도커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도구이지만, 현재는 쿠버네티스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관점 도커 (단독 사용) 쿠버네티스
주요 목적 개별 컨테이너의 빌드, 실행, 관리 여러 호스트에 걸친 컨테이너 클러스터의 자동화 및 오케스트레이션
범위 단일 호스트(서버) 다중 호스트 클러스터
확장성 수동 또는 간단한 스크립트를 통한 확장 선언적 설정(YAML)을 통한 자동 수평 확장(HPA)
고가용성/자동복구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음. 컨테이너가 죽으면 수동으로 재시작 필요. 핵심 기능. 컨테이너/노드 장애 시 자동으로 복구.
네트워킹 단일 호스트 내의 브릿지 네트워크. 호스트 간 통신은 복잡. 클러스터 전체를 아우르는 가상 네트워크(Overlay Network). 파드(Pod) 간 통신이 자유로움.
적합한 환경 로컬 개발 환경, CI/CD 파이프라인, 소규모 단일 애플리케이션 프로덕션 환경,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고가용성이 요구되는 대규모 시스템

결론: 언제 쿠버네티스를 도입해야 할까?

  • 로컬 개발 및 테스트: 도커와 docker-compose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쿠버네티스는 오버헤드가 큽니다.
  • 소규모 애플리케이션: 단일 서버에서 몇 개의 컨테이너만 운영한다면, 굳이 쿠버네티스를 도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여러 개의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배포되고 서로 통신해야 한다면, 쿠버네티스는 거의 필수적입니다.
  • 높은 가용성과 확장성이 필요할 때: 서비스 중단에 민감하고, 트래픽에 따라 유연하게 확장/축소해야 하는 프로덕션 서비스라면 쿠버네티스가 정답입니다.

5. 쿠버네티스 실전 사용 팁

쿠버네티스의 학습 곡선은 가파르지만,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이해하면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팁 1: 관리형 쿠버네티스(Managed Kubernetes)로 시작하세요.

직접 서버를 구성하여 쿠버네티스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AWS의 EKS, Google Cloud의 GKE, Azure의 AKS와 같은 클라우드 제공업체의 관리형 서비스를 사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안정적인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컨트롤 플레인 관리를 클라우드 업체에 맡기고, 우리는 애플리케이션 배포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팁 2: 선언적(Declarative) 접근 방식을 이해하세요.

쿠버네티스는 '명령형'이 아닌 '선언형'으로 동작합니다. "A 컨테이너를 B 노드에 실행해"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종류의 컨테이너 3개가 항상 실행되는 상태를 원해"라고 YAML 파일에 '원하는 상태(Desired State)'를 선언합니다. 그러면 쿠버네티스의 컨트롤러가 현재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선언된 상태와 일치하도록 조정합니다. 이것이 쿠버네티스 자동화의 핵심입니다.


# 예시: nginx-deployment.yaml
apiVersion: apps/v1
kind: Deployment
metadata:
  name: nginx-deployment
spec:
  replicas: 3 # <-- "nginx 컨테이너 3개를 유지해줘" 라고 선언
  selector:
    matchLabels:
      app: nginx
  template:
    metadata:
      labels:
        app: nginx
    spec:
      containers:
      - name: nginx
        image: nginx:1.14.2
        ports:
        - containerPort: 80

팁 3: 핵심 리소스(Pod, Deployment, Service)를 먼저 익히세요.

쿠버네티스에는 수많은 리소스가 있지만, 처음에는 이 세 가지만큼은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 Pod: 쿠버네티스에서 생성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배포 단위. 하나 이상의 컨테이너 그룹을 의미합니다.
  • Deployment: Pod의 개수(Replica)를 관리하고, 배포 전략(롤링 업데이트 등)을 정의합니다. Pod의 상태를 관리하고 자동 복구를 담당합니다.
  • Service: 여러 Pod에 대한 안정적인 단일 접근점(네트워크 엔드포인트)을 제공합니다. 외부에서 Pod에 접근하거나 Pod끼리 통신할 때 사용됩니다.

팁 4: 헬스 체크(Health Check)를 반드시 설정하세요.

쿠버네티스의 자기 치유 기능은 헬스 체크를 통해 동작합니다. livenessProbereadinessProbe를 설정하여 쿠버네티스에게 애플리케이션의 건강 상태를 알려줘야 합니다.

  • Liveness Probe: 컨테이너가 살아있는지(응답하는지) 검사합니다. 실패하면 쿠버네티스는 해당 컨테이너를 재시작합니다.
  • Readiness Probe: 컨테이너가 트래픽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검사합니다. 실패하면 쿠버네티스는 해당 컨테이너를 서비스의 로드 밸런싱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합니다.

마치며

도커는 애플리케이션을 컨테이너라는 표준화된 단위로 포장하는 혁신을 가져왔고, 쿠버네티스는 이 컨테이너들을 대규모로 지휘하고 관리하는 표준을 제시했습니다. 두 기술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현대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의 패러다임을 완성하는 강력한 파트너입니다.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아직 작고 단순하다면 도커만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마이크로서비스로의 전환, 무중단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쿠버네티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현명한 기술 스택 선택에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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