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27, 2025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의 빛과 그림자

소프트웨어 개발의 세계에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는 한때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거대하고 단일화된 시스템, 즉 '모놀리식(Monolithic)' 아키텍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하며 수많은 기업과 개발팀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나의 큰 애플리케이션을 기능별로 잘게 쪼개어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배포, 운영할 수 있다는 개념은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특정 서비스의 장애가 전체 시스템의 마비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약속은 많은 이들에게 '개발 유토피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마이크로서비스가 모든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모놀리식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종류의, 때로는 더 다루기 힘든 복잡성을 낳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단순히 '장점'과 '단점'의 이분법적인 목록으로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본질적인 트레이드오프(trade-off)와 철학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합니다. 마이크로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 스택을 바꾸는 결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개발 문화, 팀의 구조, 그리고 시스템의 복잡성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왜 마이크로서비스가 등장했는지, 그 화려한 장점들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그리고 어떤 그림자를 동반하는지를 현실적인 시각에서 면밀히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술적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우리 조직과 프로젝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아키텍처를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을 얻는 것이 이 글의 최종 목표입니다.

1. 모놀리식의 시대: 왜 우리는 변화를 갈망했는가?

마이크로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모놀리식 아키텍처의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합니다. 모놀리식은 '하나의 돌'이라는 어원처럼, 시스템의 모든 기능이 하나의 거대한 코드베이스와 프로세스 안에서 통합되어 개발되고 배포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비즈니스 로직, 데이터 접근 계층 등 모든 것이 하나의 패키지 안에 담겨 있습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나 소규모 팀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매우 효율적입니다. 코드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하기 쉽고, 개발 환경 설정이 간단하며, 배포 역시 하나의 결과물을 서버에 올리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분산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초기 개발 속도는 매우 빠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전형적인 모놀리식 아키텍처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
|                 Monolithic Application               |
| +--------------------------------------------------+ |
| |                  User Interface                  | |
| +--------------------------------------------------+ |
| |                                                  | |
| |                Business Logic                    | |
| |  (User Service, Product Service, Order Service)  | |
| |                                                  | |
| +--------------------------------------------------+ |
| |               Data Access Layer                  | |
| +--------------------------------------------------+ |
| +--------------------------------------------------+ |
| |                   Database (Single)              | |
| +--------------------------------------------------+ |
+------------------------------------------------------+

모든 것이 하나의 단위로 묶여 있다는 것은 단순함이라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시스템이 성장함에 따라 이 단순함은 곧 족쇄가 됩니다. 애플리케이션의 규모가 커지고, 비즈니스 로직이 복잡해지며, 개발에 참여하는 팀원의 수가 늘어나면서 모놀리식의 그림자는 짙어지기 시작합니다.

  • 개발 속도의 저하: 코드베이스가 거대해지면서 작은 기능을 하나 수정하는 데에도 전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됩니다. 특정 부분을 수정했을 때 예상치 못한 다른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사이드 이펙트'의 공포가 개발자를 짓누릅니다. 빌드와 테스트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개발자들은 코드 변경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이는 결국 전체적인 개발 속도와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 기술 스택의 경직성: 모놀리식 아키텍처는 초기에 선택한 기술 스택에 전체 시스템이 종속되는 구조입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언어를 도입하여 특정 기능의 성능을 개선하고 싶어도,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재작성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수년 전에 선택된 낡은 프레임워크가 현재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 부채(Technical Debt)'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입니다.
  • 확장성의 한계: 시스템의 특정 기능에만 트래픽이 몰리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상품 조회' 기능은 자주 사용되지만 '회원 정보 수정' 기능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놀리식 구조에서는 '상품 조회' 기능 하나만을 위해 시스템 자원을 늘릴 수 없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전체를 통째로 복제하여 수평 확장(Scale-out)해야만 합니다. 이는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초래하며, 비용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 배포의 어려움과 위험: 작은 코드 변경 하나를 배포하기 위해서도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중단하고 새로 빌드하여 배포해야 합니다. 배포 과정은 점점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 되며, 만약 배포 과정에서 심각한 버그가 발견된다면 전체 시스템이 멈춰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잦은 배포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 팀 간의 의존성 증가: 여러 팀이 하나의 거대한 코드베이스를 동시에 작업하면서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A팀의 작업이 완료되어야 B팀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병목 현상이 생기고, 이는 조직 전체의 민첩성을 떨어뜨립니다. 팀 간의 소통 비용이 증가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개발자들과 아키텍트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묶여 있는 것이 문제라면, 이것을 잘게 쪼개면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의 시작이었습니다.

2. 마이크로서비스의 약속: 분리를 통한 자유와 유연성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모놀리식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등장했습니다. 핵심 철학은 '분리(Decomposition)'입니다. 비즈니스 도메인을 기준으로 기능을 나누어, 각각의 기능을 독립적인 '서비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들은 각자 자신만의 프로세스에서 실행되고, 독립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가질 수 있으며, 가벼운 통신 방식(주로 HTTP/REST API 또는 메시지 큐)을 통해 서로 협력합니다. 각 서비스는 작고, 한 가지 일만 잘하도록(Do one thing and do it well) 설계됩니다.

모놀리식 구조와 비교하여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시각화하면 그 차이가 명확해집니다.

+-----------------+   +-------------------+   +----------------+
|  User Service   |   |  Product Service  |   |  Order Service |
| +-------------+ |   | +---------------+ |   | +------------+ |
| | API / Logic | |   | |  API / Logic  | |   | | API / Logic| |
| +-------------+ |   | +---------------+ |   | +------------+ |
| | User DB     | |   | |  Product DB   | |   | |  Order DB  | |
| +-------------+ |   | +---------------+ |   | +------------+ |
+-------+---------+   +---------+---------+   +--------+-------+
        |                       |                      |
        +-----------------------+----------------------+
                                |
+-----------------------------------------------------------------+
|                           API Gateway                           |
+-----------------------------------------------------------------+
                                |
+-----------------------------------------------------------------+
|                           Clients (Web/Mobile)                  |
+-----------------------------------------------------------------+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앞서 언급한 모놀리식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서비스가 약속하는 '장점'들입니다.

2.1. 독립적인 배포와 팀의 자율성 (Independent Deployability & Team Autonomy)

마이크로서비스의 가장 큰 매력은 각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배포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문 서비스에 작은 버그 수정이 필요하다면, 오직 주문 서비스만을 수정하고 테스트하여 배포하면 됩니다. 사용자 서비스나 상품 서비스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는 배포의 위험과 복잡성을 극적으로 낮춰줍니다. 더 이상 전체 시스템을 멈추고 거대한 배포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의 배포가 가능해지며, 이는 비즈니스의 요구사항에 훨씬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독립성은 조직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콘웨이의 법칙(Conway's Law)'은 시스템의 아키텍처가 그것을 설계하는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닮아간다고 말합니다. 마이크로서비스는 이 법칙을 역으로 활용합니다. 작고 독립적인 서비스는 작고 자율적인 팀이 책임지기에 이상적입니다. 아마존의 '두 피자 팀(two-pizza team)'처럼, 팀은 자신들이 맡은 서비스의 개발부터 배포, 운영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You build it, you run it' 문화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팀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불필요한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여 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합니다.

2.2. 기술 선택의 자유 (Polyglot Persistence and Programming)

모든 서비스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각 서비스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기술 스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이 필요한 추천 서비스는 Python과 TensorFlow를 사용하여 개발하고, 높은 수준의 트랜잭션 처리와 안정성이 요구되는 결제 서비스는 Java와 Spring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저장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정보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에, 상품 카탈로그는 검색에 용이한 Elasticsearch에, 장바구니 데이터는 빠른 응답 속도가 중요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Redis)에 저장하는 '폴리글랏 퍼시스턴스(Polyglot Persistence)'가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기술적 유연성은 두 가지 중요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각 문제 영역에 최적의 도구를 사용하여 시스템 전체의 성능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새로운 기술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실험하는 것이 용이해집니다. 특정 서비스에 신기술을 적용해보고, 그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되면 다른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술 부채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시스템 전체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줍니다.

2.3. 탄력적인 확장성과 시스템의 복원력 (Scalability & Resilience)

확장성 측면에서 마이크로서비스는 모놀리식과 비교할 수 없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대규모 할인 이벤트로 인해 주문 관련 트래픽이 폭증한다면, 우리는 오직 '주문 서비스'의 인스턴스만 수평적으로 늘리면 됩니다. 상대적으로 트래픽이 적은 '회원 정보 서비스'는 최소한의 자원만 유지하면 됩니다. 이처럼 각 서비스의 부하에 맞춰 독립적으로 자원을 할당하고 확장할 수 있으므로, 전체 시스템의 자원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복원력(Resilience) 또한 마이크로서비스의 중요한 장점입니다. 시스템의 한 부분에서 장애가 발생했을 때 그 영향이 전체 시스템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에게 상품을 추천해주는 '추천 서비스'에 일시적인 장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모놀리식 구조였다면 이 장애가 전체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심지어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서비스 구조에서는 추천 기능을 제외한 상품 검색, 주문, 결제 등 핵심 기능들은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장애의 '폭발 반경(Blast Radius)'이 해당 서비스 내로 제한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와 같은 패턴을 적용하면, 장애가 발생한 서비스로의 요청을 일시적으로 차단하여 장애가 다른 서비스로 전파되는 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3. 그림자의 이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복잡성의 무게

지금까지 살펴본 마이크로서비스의 장점들은 너무나도 이상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듯이, 이러한 장점들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마이크로서비스는 모놀리식의 '내부적 복잡성(Internal Complexity)'을 해결하는 대신, 서비스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외부적, 분산 시스템의 복잡성(External, Distributed Complexity)'이라는 새로운 괴물을 탄생시킵니다. 이 복잡성은 종종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다루기가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의 짙은 그림자입니다.

3.1. 분산 시스템이라는 본질적 난제

서비스들을 분리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하나의 프로세스 안에서 안전하게 함수를 호출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모든 통신은 신뢰할 수 없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는 과거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수많은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네트워크 지연과 신뢰성 (Network Latency & Reliability)

프로세스 내부에서의 함수 호출은 나노초 단위로 이루어지며 거의 실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API 호출은 수십, 수백 밀리초가 걸릴 수 있으며 언제든 실패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불안정하고, 응답이 지연되거나 유실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가 연쇄적으로 호출(Chaining)되는 경우, 이 지연 시간은 곱절로 늘어나 전체 시스템의 응답 시간을 저하시킵니다. 또한, 중간에 하나의 서비스 호출이라도 실패하면 전체 트랜잭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임아웃(Timeout), 재시도(Retry), 그리고 앞서 언급한 서킷 브레이커와 같은 정교한 장애 처리 메커니즘이 모든 서비스에 필수적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일관성 유지의 어려움 (Data Consistency)

모놀리식 환경에서는 단일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ACID(원자성, 일관성, 고립성, 지속성) 트랜잭션을 통해 데이터의 일관성을 쉽게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재고 차감'과 '주문 생성'이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묶여 둘 다 성공하거나 둘 다 실패하는 것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서비스 환경에서는 재고 데이터베이스(상품 서비스)와 주문 데이터베이스(주문 서비스)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 두 데이터베이스에 걸쳐 ACID 트랜잭션을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분산 트랜잭션(Distributed Transaction)' 문제를 야기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강력한 일관성을 포기하고 '최종적 일관성(Eventual Consistency)' 모델을 채택합니다. 이는 데이터가 언젠가는 일관된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모델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패턴이 바로 '사가(Saga) 패턴'입니다. 사가 패턴은 긴 비즈니스 트랜잭션을 여러 개의 로컬 트랜잭션으로 나누고, 각 단계가 성공할 때마다 다음 단계를 트리거하는 이벤트를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중간에 어느 한 단계가 실패하면, 이미 수행된 이전 단계들을 취소하는 '보상 트랜잭션(Compensating Transaction)'을 실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비즈니스 로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며, 개발과 테스트, 디버깅의 난이도를 수직으로 상승시킵니다.

3.2. 운영 및 관리의 복잡성 폭증 (Operational Overhead)

하나의 애플리케이션만 관리하면 되었던 모놀리식 시절과 달리, 이제는 수십, 수백 개의 서비스를 배포하고,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는 엄청난 운영 오버헤드를 발생시킵니다.

정교한 DevOps 인프라의 필수성

수많은 서비스를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배포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자동화된 CI/CD(지속적 통합/지속적 배포) 파이프라인이 필수적입니다. 각 서비스는 독립적으로 빌드, 테스트, 배포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 서비스를 격리된 환경에서 실행하기 위한 컨테이너 기술(예: Docker)과, 이 수많은 컨테이너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오케스트레이션하기 위한 도구(예: Kubernetes)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이 요구됩니다. 서비스들이 서로를 동적으로 발견하고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디스커버리(Service Discovery)' 메커니즘, 그리고 모든 요청의 진입점을 관리하고 라우팅, 인증, 로깅 등을 처리하는 'API 게이트웨이(API Gateway)' 또한 반드시 구축해야 할 핵심 인프라입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높은 수준의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분산 시스템의 관측 가능성 (Observability)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모놀리식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모놀리식에서는 하나의 로그 파일만 분석하면 되었지만, 마이크로서비스 환경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요청이 어떤 서비스들을 거쳐갔는지 추적하는 것부터가 난관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의 세 가지 축인 로깅(Logging), 메트릭(Metrics), 추적(Tracing)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 중앙화된 로깅 (Centralized Logging): 모든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로그를 한 곳으로 모아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예: ELK Stack - Elasticsearch, Logstash, Kibana)을 구축해야 합니다.
  • 메트릭 수집 및 모니터링 (Metrics & Monitoring): 각 서비스의 CPU, 메모리 사용량, 응답 시간, 에러율 등 핵심 성능 지표(Metric)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시각화하여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예: Prometheus, Grafana)이 필요합니다.
  • 분산 추적 (Distributed Tracing): 사용자 요청이 시스템에 들어와서 여러 서비스를 거쳐 응답이 나가기까지의 전체 경로와 각 단계에서 소요된 시간을 추적하는 시스템(예: Jaeger, Zipkin)입니다. 이는 시스템의 병목 구간을 찾거나 장애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래는 분산 추적 시스템이 어떻게 요청의 흐름을 시각화하는지에 대한 개념적 표현입니다.

Request Trace ID: xyz-123

[ Span A: API Gateway ]  -----------------> 250ms
    [ Span B: Order Service ] ----------> 200ms
        [ Span C: User Service ] ---> 50ms
        [ Span D: Payment Service ] --> 120ms

이러한 관측 가능성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그저 거대하고 복잡한 '분산 빅볼 오브 머드(Distributed Big Ball of Mud)'로 전락하여 유지보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3.3. 조직 문화의 변화라는 가장 높은 허들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더 근본적인 도전과제는 바로 조직 문화의 변화입니다. 마이크로서비스는 단순히 아키텍처 패턴이 아니라, 개발팀이 일하는 방식 그 자체를 바꾸도록 요구합니다. 앞서 언급한 'You build it, you run it' 문화는 팀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만든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강력한 책임감을 요구합니다. 개발과 운영이 분리되어 있던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클 수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 간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Bounded Context)는 매우 중요한 설계 결정이지만, 비즈니스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잘못된 경계 설정은 서비스 간의 결합도를 높여(Chatty communication), 독립적인 배포라는 마이크로서비스의 핵심 장점을 무력화시키고 분산된 모놀리스를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는 시니어 엔지니어와 아키텍트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4. 결론: 마이크로서비스는 은총알이 아니다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모놀리식 시스템이 가진 성장통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해법임에 틀림없습니다. 독립적인 배포를 통한 민첩성 확보, 기술 선택의 유연성, 탄력적인 확장성과 복원력은 현대적인 대규모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매력적인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산 시스템의 복잡성, 막대한 운영 오버헤드, 그리고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마이크로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맹목적인 접근은 매우 위험합니다. 마이크로서비스는 목적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우리 팀과 조직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정말로 모놀리식 아키텍처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마이크로서비스가 야기하는 새로운 복잡성을 감당할 만한 기술적, 조직적 성숙도를 갖추었는지를 냉철하게 자문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처음부터 마이크로서비스로 시작하기보다는 '모놀리식 퍼스트(Monolith First)' 전략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잘 구조화된 모놀리식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하여 비즈니스를 빠르게 검증하고, 시스템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을 때, 가장 먼저 분리가 필요한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하는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Strangler Fig Pattern)'을 적용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접근법입니다.

결국, 좋은 아키텍처란 유행하는 기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역량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트레이드오프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잘 설계된 모놀리식이든,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마이크로서비스 생태계이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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