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는 마치 모든 문제의 해답처럼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레거시 모놀리식 시스템의 거대한 코드베이스와 씨름하며 MSA가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아키텍처 전환은 단순히 기술 스택을 바꾸는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조직 문화, 팀 구조, 그리고 비즈니스의 방향성까지 바꾸는 거대한 '여정'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모놀리식 시스템의 한계에 부딪혀 마이크로서비스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동료 개발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입니다. 단순히 MSA의 장점만을 나열하는 대신, 우리가 왜 전환을 고민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룰 내용:
- 모놀리식 아키텍처의 현실적인 장단점 재조명
-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가 약속하는 것과 그 이면의 복잡성
- 전환을 결정하기 전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
- 점진적이고 안전한 전환을 위한 실용적인 전략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 등)
- MSA 도입 후 마주하게 될 새로운 기술적, 조직적 과제들
거대한 단일 구조, 모놀리식 아키텍처 제대로 알기
마이크로서비스 전환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출발하는 지점인 모놀리식(Monolithic) 아키텍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많은 경우 모놀리식은 낡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지지만, 사실 모든 시스템의 가장 자연스러운 시작점이며 여전히 강력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Monolithic'은 '하나의 돌'이라는 의미처럼, 시스템의 모든 기능(사용자 인터페이스, 비즈니스 로직, 데이터 접근 계층 등)이 하나의 거대한 코드베이스에 통합되어 단일 프로세스로 실행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모놀리식의 개념과 구조
제가 처음 참여했던 이커머스 플랫폼 프로젝트는 전형적인 모놀리식 구조였습니다. Java Sprin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사용자 인증, 상품 전시, 주문 처리, 결제, 배송 관리 등 모든 도메인 로직이 하나의 WAR(Web Application Archive) 파일로 빌드되었습니다. 개발자들은 동일한 Git 저장소를 사용했고,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역시 모든 기능이 공유하는 단일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성'입니다.
- 단일 코드베이스(Single Codebase): 모든 소스 코드가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저장소에서 관리됩니다. 이는 코드 탐색과 리팩토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IDE의 도움을 받으면 특정 함수의 호출 관계를 파악하거나 클래스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 매우 간단합니다.
- 단일 빌드/배포(Single Build/Deployment): 전체 애플리케이션이 하나의 단위로 빌드되고 배포됩니다. CI/CD 파이프라인은 복잡하지 않으며, 서버에 배포하는 과정 또한 직관적입니다.
- 단일 데이터베이스(Single Database): 모든 데이터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저장됩니다. 이는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매우 유리하며, 여러 테이블을 조인하는 복잡한 쿼리도 트랜잭션 안에서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단순성은 엄청난 무기입니다. 개발팀은 복잡한 인프라나 분산 시스템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이 오직 비즈니스 로직 구현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놀리식을 선택했던 이유: 장점 분석
스타트업이나 신규 프로젝트에서 모놀리식 아키텍처는 기술 부채가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 개발 속도와 단순성: 초기에는 기능 개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놀리식 구조에서는 별도의 API 호출이나 통신 프로토콜에 대한 고민 없이, 필요한 로직을 함수 호출만으로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개발 환경 설정 또한 단일 애플리케이션만 실행하면 되므로 매우 간단합니다.
- 쉬운 테스트: 모든 로직이 하나의 프로세스 안에서 동작하므로, 종단 간(End-to-End) 테스트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데이터베이스 연결과 애플리케이션 실행만으로 전체 비즈니스 흐름을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 운영 및 관리의 용이성: 배포해야 할 애플리케이션이 하나뿐이므로, 모니터링, 로깅, 서버 관리의 대상이 명확하고 단순합니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도 스택 트레이스(Stack Trace) 추적이 단일 프로세스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원인 파악이 비교적 쉽습니다.
- 데이터 일관성 확보: ACID 트랜잭션을 통해 여러 데이터 변경 작업을 하나의 논리적 단위로 묶어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문 생성 시 재고 감소와 결제 기록 생성이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묶여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모두 롤백되므로 데이터 정합성을 강력하게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우리는 시장의 요구사항에 빠르게 대응하며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초기 성장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아키텍처 설계는 복잡성보다 속도와 단순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그림자: 단점 파헤치기
하지만 서비스가 성장하고 사용자와 기능이 늘어나면서 모놀리식 아키텍처의 그림자가 짙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문제들은 대부분의 성장하는 모놀리식 시스템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 빌드/배포 시간 증가: 코드베이스가 커지면서 작은 수정사항 하나를 반영하기 위해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빌드하고 테스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5분이면 충분했던 빌드 시간이 30분을 훌쩍 넘기기 시작했고, 이는 개발 생산성을 심각하게 저하시켰습니다.
- 낮은 배포 유연성: 주문 기능의 작은 버그 수정과 상품 전시 UI 개선 작업이 서로 다른 팀에서 완료되었더라도, 배포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한 기능의 배포가 다른 기능의 미완성으로 인해 지연되는 '배포 병목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이는 시장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 기술 스택의 경직성: 전체 시스템이 Java Spring 프레임워크에 강하게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특정 기능, 예를 들어 이미지 처리에 더 효율적인 Python 기반의 라이브러리나, 실시간 알림에 적합한 Node.js를 도입하고 싶어도 전체 아키텍처를 변경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시스템은 점차 낡아갔습니다.
- 확장성(Scalability)의 한계: 트래픽이 급증했을 때, 우리는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통째로 복제하여 스케일 아웃(Scale-out)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부하가 발생하는 부분은 상품 검색이나 이벤트 페이지 같은 특정 기능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하가 적은 관리자 페이지나 정산 배치 기능까지 불필요하게 함께 확장되면서 자원 낭비가 심각했습니다. 특정 기능만 독립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 장애의 전파(Error Cascading): 중요도가 낮은 기능(예: 추천 상품 로직)에서 발생한 메모리 누수(Memory Leak) 문제가 전체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저하시키고 결국 서버 다운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 컴포넌트의 장애가 시스템 전체의 장애로 쉽게 전파되는 구조는 서비스 안정성에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 코드의 복잡성과 유지보수 비용 증가: 개발자가 많아지고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모듈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코드가 스파게티처럼 얽히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코드를 수정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신규 입사자가 전체 시스템 구조를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습니다. 이는 곧 유지보수 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우리 팀은 더 이상 기존의 시스템 디자인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자연스럽게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를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잘게 쪼개진 서비스들의 합창,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는 하나의 큰 애플리케이션을 비즈니스 기능 단위로 잘게 쪼개어 독립적으로 개발, 배포, 운영할 수 있는 작은 서비스들의 집합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각 서비스는 자신만의 코드베이스와 데이터 저장소를 가지며, 다른 서비스와는 API를 통해 통신합니다. 이는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로 구성되어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MSA의 핵심 철학
MSA는 단순히 코드를 나누는 것을 넘어 다음과 같은 핵심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 독립성(Independence): 각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에 대한 의존성을 최소화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이는 독립적인 개발, 테스트, 배포,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대신, 각 서비스 팀이 기술 스택 선택부터 데이터 관리, 운영까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폴리글랏(Polyglot)' 환경을 지향합니다. 데이터 관리 역시 중앙 집중된 단일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각 서비스가 자신의 도메인에 맞는 데이터베이스를 선택하는 '폴리글랏 퍼시스턴스(Polyglot Persistence)'를 추구합니다.
- 회복탄력성(Resilience): 하나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의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합니다.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 패턴 등을 통해 장애가 격리되고 전파되는 것을 막습니다.
- 도메인 주도 설계(Domain-Driven Design, DDD): 비즈니스 도메인을 기준으로 서비스의 경계를 설정합니다. '주문 서비스', '회원 서비스', '상품 서비스'처럼 명확한 책임과 역할을 가진 단위로 서비스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MSA가 약속하는 미래: 장점 분석
모놀리식의 한계에 지쳐있던 우리에게 MSA가 제시하는 장점들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독립적인 배포와 개발 속도 향상: 각 서비스는 독립적인 CI/CD 파이프라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주문 서비스' 팀은 다른 팀의 일정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자신들의 서비스를 빌드하고 배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능 출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유연한 기술 스택 선택(Polyglot): 각 서비스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기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검색 서비스는 Go나 Rust로, 데이터 분석 및 추천 서비스는 Python으로, 일반적인 웹 API는 Java나 Node.js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발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 선택적 확장성(Selective Scalability): 모놀리식과 달리, 시스템 전체가 아닌 특정 서비스만 독립적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프로모션 기간에 주문량이 폭주한다면 '주문 서비스'와 '결제 서비스'의 인스턴스만 집중적으로 늘려 부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클라우드 자원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장애 격리 및 시스템 안정성 향상: 특정 서비스(예: 추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기능을 제외한 핵심 기능(주문, 결제 등)은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스템 전체의 가용성과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 조직 구조와의 연계 (Conway's Law): "시스템의 구조는 그것을 설계하는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닮아간다"는 콘웨이의 법칙처럼, MSA는 작은 규모의 자율적인 팀(흔히 'Two-Pizza Team'이라 불리는)이 특정 서비스를 온전히 책임지는 구조에 적합합니다. 이는 팀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높여 생산성 향상에 기여합니다.
분산 시스템의 함정: 단점과 복잡성
하지만 MSA로의 전환은 '은총알(Silver Bullet)'이 아니었습니다. 모놀리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복잡성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분산 시스템 디자인의 본질적인 어려움입니다.
- 운영 복잡성(Operational Complexity): 관리해야 할 서비스, 서버, 데이터베이스, 배포 파이프라인의 수가 수십 배로 늘어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Docker, Kubernetes), 중앙화된 로깅(ELK Stack), 분산 추적(Jaeger, Zipkin), 통합 모니터링(Prometheus, Grafana) 등 고도화된 데브옵스(DevOps) 역량과 인프라가 필수적입니다.
- 서비스 간 통신 문제: 모놀리식에서는 단순한 함수 호출이었던 것이 MSA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한 API 호출로 바뀝니다. 이는 네트워크 지연(Latency), 실패 가능성, 데이터 직렬화/역직렬화 오버헤드 등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통신 방식(REST, gRPC, 메시지 큐) 선택 또한 중요한 결정 사항이 됩니다.
- 분산 트랜잭션과 데이터 일관성: 각 서비스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면서, 여러 서비스에 걸쳐 데이터의 원자성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주문' 시 '주문 서비스'의 주문 생성과 '결제 서비스'의 결제 처리, '재고 서비스'의 재고 감소가 모두 성공하거나 모두 실패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가(Saga) 패턴, 이벤트 소싱(Event Sourcing)과 같은 복잡한 패턴을 도입해야 하며, 이는 최종적 일관성(Eventual Consistency) 모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합니다.
- 통합 테스트의 어려움: 단일 시스템에서의 테스트와 달리, 수많은 서비스들이 상호작용하는 전체 비즈니스 흐름을 테스트하는 것은 매우 복잡합니다. 각 서비스의 독립적인 테스트는 물론, 실제 운영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모든 서비스들을 연동하여 테스트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개발 환경의 복잡성: 로컬 개발 환경에서 전체 서비스를 모두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개발자 한 명이 자신의 노트북에서 수십 개의 서비스를 띄우는 것은 자원 낭비가 심하고 비효율적입니다. 이를 위해 Docker Compose나 클라우드 기반의 개발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MSA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적, 문화적 문제입니다. 데브옵스 문화, 팀의 자율성, 그리고 분산 시스템의 복잡성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MSA 도입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 항목 | 모놀리식 아키텍처 |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
|---|---|---|
| 개발 복잡도 | 초기에 낮음, 시스템이 커질수록 급격히 증가 | 초기에 높음 (인프라 구축), 개별 서비스는 단순 |
| 배포 단위 | 전체 애플리케이션 | 개별 서비스 |
| 확장성 | 전체 애플리케이션 단위로만 확장 가능 (비효율적) | 개별 서비스 단위로 확장 가능 (효율적) |
| 기술 스택 | 단일 기술 스택에 종속적 | 서비스별 최적의 기술 선택 가능 (폴리글랏) |
| 장애 영향 범위 | 일부 장애가 전체 시스템으로 전파될 가능성 높음 | 장애가 해당 서비스로 격리됨 (회복탄력성) |
| 데이터 관리 | 단일 데이터베이스, ACID 트랜잭션으로 일관성 유지 용이 | 서비스별 데이터베이스, 분산 트랜잭션 처리 복잡 (Saga 패턴 등) |
| 팀 구조 | 기능별 팀 또는 거대 단일 팀 | 서비스별 목적 조직 (작고 자율적인 팀) |
| 테스트 | 종단 간 테스트가 상대적으로 용이 | 단위 테스트는 용이, 통합 테스트는 매우 복잡 |
전환을 결정하기 전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들
MSA의 복잡성을 인지한 후, 우리는 섣부른 전환이 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기술적인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과 비즈니스의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전환을 결정하기 전, 우리 팀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팀은 준비되었는가? (DevOps 문화와 자동화)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마이크로서비스는 개발팀이 코드 작성뿐만 아니라 빌드, 테스트, 배포, 운영까지 책임지는 데브옵스(DevOps) 문화를 전제로 합니다. 만약 개발팀과 운영팀이 여전히 사일로(silo)처럼 분리되어 있고, 배포를 위해 티켓을 발행하고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문화라면 MSA는 제대로 동작할 수 없습니다.
- CI/CD 파이프라인을 스스로 구축하고 관리할 역량이 있는가?
- 컨테이너(Docker)와 오케스트레이션(Kubernetes)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한가?
- 로그, 메트릭, 추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니터링 역량을 갖추었는가?
- 자동화된 테스트(단위, 통합, 계약 테스트)를 작성하고 유지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에 '아니오'라는 답이 많다면, 아키텍처 전환 이전에 데브옵스 문화를 정착시키고 자동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비즈니스는 이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는가? (비용과 시간)
마이크로서비스로의 전환은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초기에는 기존 모놀리식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개발해야 하므로 오히려 개발 속도가 저하되고 비용은 두 배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전환 과정이 비즈니스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경영진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 전환으로 인해 얻는 비즈니스적 이점(예: 신규 서비스 출시 속도 증가, 안정성 향상으로 인한 기회비용 감소)은 무엇인가?
- 전환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있는가?
-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클라우드 비용, 모니터링 솔루션 등)을 감당할 수 있는가?
기술적 우수성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이 전환을 통해 우리 비즈니스가 어떻게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기술적 부채인가, 아키텍처의 한계인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정말 모놀리식 아키텍처 자체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잘못 관리된 코드, 즉 '기술적 부채' 때문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모듈화가 잘 된 '모듈러 모놀리식(Modular Monolith)'은 MSA의 많은 장점을 가지면서도 운영 복잡성은 훨씬 낮습니다.
- 현재 코드베이스가 도메인별로 잘 분리되어 있는가? (예: 패키지 구조가 명확한가?)
- 리팩토링과 코드 정리만으로도 개발 속도나 배포 안정성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가?
- 문제를 일으키는 특정 모듈만 분리하여 별도의 서비스로 만드는 것(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충분하지는 않은가?
무조건적인 전체 전환보다는, 잘 설계된 모놀리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빅뱅' 방식의 전면 재작성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전환 전략: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모든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렸다면, 이제 실제 전환 전략을 수립할 차례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점진적(Incremental)'으로, 그리고 '안전하게(Safely)' 진행하는 것입니다. 기존 시스템을 한 번에 중단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빅뱅' 방식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진적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 (Strangler Fig Pattern)
마틴 파울러가 제안한 이 패턴은 마치 교살자 무화과나무(Strangler Fig)가 기존 나무를 감싸며 자라 결국 원래 나무를 대체하는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패턴의 핵심은 기존 모놀리식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기능을 마이크로서비스로 구현하고 트래픽을 점차 새로운 시스템으로 옮겨오는 것입니다.
적용 단계:
- API 게이트웨이 도입: 모든 클라이언트 요청이 기존 모놀리식 시스템으로 직접 가는 대신, 중간에 API 게이트웨이라는 프록시를 통하도록 변경합니다. 초기에는 게이트웨이가 모든 요청을 그대로 모놀리식으로 전달하기만 합니다.
- 첫 번째 서비스 분리: 전환할 첫 번째 기능을 선택합니다. 좋은 후보는 상대적으로 다른 기능과의 의존성이 적고, 비즈니스적으로 변경 요구가 잦은 기능입니다. 저희는 '상품 전시' 기능을 첫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 신규 서비스 개발: '상품 전시' 기능을 담당하는 새로운 마이크로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이 서비스는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가질 수 있습니다.
- 라우팅 규칙 변경: API 게이트웨이의 라우팅 규칙을 수정하여, 상품 조회와 관련된 API 요청(
/api/products/*)이 들어오면 기존 모놀리식이 아닌 새로운 '상품 전시 서비스'로 향하도록 설정합니다. 다른 모든 요청은 여전히 모놀리식으로 전달됩니다. - 반복 및 확장: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다음으로는 '회원 서비스', '리뷰 서비스' 등을 차례로 분리하여 새로운 마이크로서비스로 구현하고, API 게이트웨이의 라우팅 규칙을 계속 업데이트합니다.
- 모놀리식의 소멸: 시간이 지나 모든 기능이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되면, 기존 모놀리식 시스템에는 더 이상 들어오는 트래픽이 없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마침내 레거시 시스템을 안전하게 종료할 수 있습니다.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의 가장 큰 장점은 전환 과정에서 서비스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각 단계마다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 팀에 동기를 부여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롤백하기 용이합니다.
데이터베이스 분리 전략: 가장 어려운 숙제
기능을 분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데이터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모놀리식의 단일 데이터베이스는 여러 기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베이스 분리는 아키텍처 설계에서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입니다.
접근 방법:
- 초기: 데이터베이스 공유 (Shared Database): 가장 간단한 첫 단계는 새로운 마이크로서비스가 기존 모놀리식의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는 빠른 기능 분리를 가능하게 하지만, 서비스 간의 강한 결합을 유발하므로 임시적인 해결책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 중기: 데이터 동기화 (Data Synchronization): 신규 서비스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갖도록 분리한 후, 필요한 데이터를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동기화합니다. 변경 데이터 캡처(Change Data Capture, CDC) 도구(예: Debezium)를 사용하거나, 모놀리식에서 데이터 변경 시 이벤트를 발행하여 신규 서비스가 구독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최종: 데이터 소유권 이전 (Transfer of Ownership): 최종 목표는 데이터의 소유권을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원 서비스'가 분리되면, 회원 정보와 관련된 모든 테이블과 데이터는 '회원 서비스'의 데이터베이스로 마이그레이션되어야 합니다. 이후 모놀리식 시스템이 회원 정보가 필요할 경우,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근하는 대신 '회원 서비스'의 API를 호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많은 리팩토링을 필요로 합니다.
데이터베이스 분리는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고 위험 부담이 큽니다. 충분한 테스트와 데이터 정합성 검증 계획 없이는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경험 많은 데이터베이스 아키텍트
API 게이트웨이의 역할과 구현
API 게이트웨이는 MSA 전환의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단순히 요청을 라우팅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 단일 진입점(Single Point of Entry): 클라이언트는 여러 마이크로서비스의 존재를 알 필요 없이, 오직 API 게이트웨이의 주소만 알고 통신하면 됩니다.
- 인증/인가(Authentication/Authorization): 모든 요청에 대한 공통적인 인증(예: JWT 토큰 검증) 처리를 게이트웨이에서 수행하여 각 마이크로서비스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 요청 집계(Request Aggregation): 클라이언트가 여러 서비스의 데이터를 필요로 할 때, 여러 번 API를 호출하는 대신 게이트웨이에 한 번만 요청하면 게이트웨이가 내부적으로 여러 마이크로서비스를 호출하여 결과를 조합한 후 응답해줄 수 있습니다.
- 로깅 및 모니터링: 모든 트래픽이 게이트웨이를 통과하므로, 요청/응답에 대한 중앙화된 로깅과 메트릭 수집이 용이합니다.
구현 방법으로는 Spring Cloud Gateway, Kong, NGINX와 같은 기성 솔루션을 사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직접 간단한 프록시 서버를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 Node.js Express를 사용한 간단한 API 게이트웨이 예시
const express = require('express');
const { createProxyMiddleware } = require('http-proxy-middleware');
const app = express();
const PORT = 8000;
// 서비스 위치 정보
const SERVICES = {
products: 'http://localhost:3001', // 신규 상품 마이크로서비스
users: 'http://localhost:3002', // 신규 회원 마이크로서비스
legacy: 'http://localhost:8080' // 기존 모놀리식 시스템
};
// 라우팅 규칙
app.use('/api/products', createProxyMiddleware({ target: SERVICES.products, changeOrigin: true }));
app.use('/api/users', createProxyMiddleware({ target: SERVICES.users, changeOrigin: true }));
// 위 규칙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요청은 레거시 시스템으로
app.use('/', createProxyMiddleware({ target: SERVICES.legacy, changeOrigin: true }));
app.listen(PORT, () => {
console.log(`API Gateway listening on port ${PORT}`);
});
MSA 전환 후 마주하게 될 새로운 과제들
성공적으로 몇 개의 서비스를 분리하고 나면, 모놀리식 시대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문제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분산 시스템의 본질적인 특성에서 기인하며,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적인 학습과 기술 도입이 필요합니다.
서비스 간 통신: REST API vs gRPC vs Message Queue
서비스들이 어떻게 서로 대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스템 디자인 결정입니다. 각 통신 방식은 장단점이 명확하므로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합니다.
| 통신 방식 | 설명 | 장점 | 단점 | 주요 사용 사례 |
|---|---|---|---|---|
| REST API (동기) | HTTP/JSON 기반의 동기식 호출. 가장 널리 사용됨. |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움. 웹 표준 기술. 방대한 생태계. | 텍스트 기반으로 성능 오버헤드. 동기식 호출로 인한 블로킹. | 외부에 공개되는 API, 웹 클라이언트와의 통신 |
| gRPC (동기) | Google이 개발한 RPC 프레임워크. Protocol Buffers를 사용. | 바이너리 프로토콜로 성능이 뛰어남. 강력한 타입 체크. 스트리밍 지원. | REST보다 초기 학습 곡선이 높음. 브라우저 지원이 제한적. | 내부 서비스 간의 고성능 통신이 필요할 때 |
| 메시지 큐 (비동기) | RabbitMQ, Kafka 같은 메시지 브로커를 통한 비동기식 통신. | 서비스 간 결합도를 낮춤. 요청 폭주 시 부하 분산. 발행/구독 모델. | 메시지 브로커라는 추가적인 인프라 필요. 최종적 일관성 모델. | 이메일 발송, 로그 처리, 이벤트 기반 아키텍처 |
우리는 외부 연동 및 범용성을 위해 REST API를 기본으로 사용하되, 실시간성과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내부 서비스 간 통신에는 gRPC를, 그리고 서비스 간의 의존성을 끊고 비동기 처리가 필요한 주문 처리 흐름에는 Kafka와 같은 메시지 큐를 혼용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분산 환경에서의 데이터 일관성 유지
앞서 언급했듯이, MSA에서 ACID 트랜잭션을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문 생성'이라는 하나의 비즈니스 트랜잭션이 여러 서비스('주문', '결제', '재고', '알림')에 걸쳐 있을 때, 데이터 일관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요? 바로 '사가(Saga) 패턴'이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사가 패턴(Saga Pattern)은 로컬 트랜잭션들의 연속으로 구성된 비즈니스 트랜잭션입니다. 각 로컬 트랜잭션은 자신의 서비스 내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하고, 다음 트랜잭션을 실행시키기 위한 메시지나 이벤트를 발행합니다. 만약 어느 단계에서든 실패가 발생하면, 이전에 성공했던 트랜잭션들을 되돌리는 보상 트랜잭션(Compensating Transaction)을 실행하여 데이터의 일관성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결제 서비스'에서 결제가 실패하면, '주문 서비스'는 '주문 취소'라는 보상 트랜잭션을 실행하고, '재고 서비스'는 '재고 원복'이라는 보상 트랜잭션을 실행합니다. 이 방식은 구현이 복잡하지만, 서비스 간의 결합도를 낮추면서도 비즈니스적 데이터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통합 테스트와 디버깅의 어려움
사용자가 상품을 주문했을 때 오류가 발생했다면, 이 요청이 '주문 서비스', '결제 서비스', '재고 서비스' 중 어디에서 실패했는지 어떻게 추적할 수 있을까요? 모놀리식에서는 하나의 로그 파일만 보면 됐지만, MSA에서는 각 서비스의 로그를 모두 뒤져야 합니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 분산 추적 (Distributed Tracing):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요청에 고유한 'Correlation ID'를 부여하고, 이 ID를 API 호출 체인을 따라 계속 전달해야 합니다. Jaeger나 Zipkin과 같은 분산 추적 시스템은 이 ID를 기반으로 요청의 전체 흐름을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병목 지점이나 오류 발생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중앙화된 로깅 (Centralized Logging): 모든 마이크로서비스의 로그를 한 곳으로 모아주는 시스템(ELK Stack, Loki 등)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 서비스에 흩어져 있는 로그를 한 번에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 계약 테스트 (Contract Testing): 서비스 간의 API 명세(계약)가 깨지지 않았는지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테스트입니다. Consumer-Driven Contract Testing 도구인 Pact 등을 활용하면, 한 서비스의 변경이 다른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배포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CI/CD 파이프라인의 재구성
모놀리식의 단일 CI/CD 파이프라인은 이제 수십 개의 파이프라인으로 대체됩니다. 각 서비스 팀이 독립적으로 파이프라인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전체적인 표준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Jenkins, GitLab CI, GitHub Actions 등을 활용하여 서비스별 특성에 맞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Docker 이미지 빌드, 자동화된 테스트, Kubernetes 배포 과정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결론: 모든 길은 MSA로 통하는가?
모놀리식에서 마이크로서비스로의 전환은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기술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조직은 더 민첩해졌습니다. 독립적인 배포와 선택적 확장을 통해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은 명백한 성공입니다.
하지만 이 여정 끝에서 얻은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MSA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MSA가 가져다주는 이점의 이면에는 우리가 감당해야 했던 엄청난 운영 복잡성과 비용이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 조직의 규모가 작고, 비즈니스 도메인이 복잡하지 않다면, 잘 설계된 '모듈러 모놀리식(Modular Monolith)'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최고의 아키텍처 설계는 기술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 우리 조직의 역량, 그리고 비즈니스의 성장 단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균형점을 찾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서비스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아는 지혜가 더 중요합니다. 당신의 팀과 비즈니스에 맞는 최적의 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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