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입니다. 데스크톱 웹, 모바일 앱, 스마트 워치, IoT 기기 등 수많은 클라이언트가 동일한 데이터 소스를 바라보며 각기 다른 형태의 정보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십수 년간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표준으로 군림해 온 REST API는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페이스북(현 메타)이 제시한 GraphQL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넘어, API를 설계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GraphQL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기존 REST API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지 개발자 관점에서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단순히 두 기술의 표면적인 차이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왜 GraphQL이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개발 생태계 모두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그 본질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는 단순히 '어떤 기술이 더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철학이 더 적합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될 것입니다.
REST API의 명확한 한계, 새로운 해법의 필요성
GraphQL의 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REST(Representational State Transfer) API가 직면한 문제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REST는 자원(Resource)을 중심으로, URI(Uniform Resource Identifier)를 통해 자원을 명시하고, HTTP Method(GET, POST, PUT, DELETE 등)를 통해 해당 자원에 대한 행위를 정의하는 아키텍처 스타일입니다. 직관적이고 단순하며 HTTP 표준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이 복잡해지면서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이 부각되었습니다.
1. 오버페칭 (Over-fetching) 데이터 낭비의 시작
오버페칭은 클라이언트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서버가 전송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REST API는 보통 특정 자원(Resource)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엔드포인트(Endpoint)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 목록 페이지에서 각 사용자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만 필요한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REST API에서는 GET /users 와 같은 엔드포인트를 호출할 것입니다. 서버는 응답으로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반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GET /api/v1/users/1
{
"id": 1,
"name": "홍길동",
"username": "gildong.hong",
"email": "gildong@example.com",
"address": {
"street": "세종대로",
"suite": "110",
"city": "서울",
"zipcode": "04524"
},
"phone": "010-1234-5678",
"website": "example.com",
"company": {
"name": "한국 IT",
"catchPhrase":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
"bs":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
},
"posts_count": 25,
"followers_count": 1024,
"following_count": 128
}
분명 클라이언트는 name 필드 하나만 필요했지만, 주소, 회사 정보, 팔로워 수 등 불필요한 수많은 데이터를 함께 수신했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대역폭의 낭비로 이어지며, 특히 모바일 환경처럼 네트워크 속도가 느리고 데이터 요금이 민감한 경우 사용자 경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필터링하는 추가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
2. 언더페칭 (Under-fetching) 끝없는 API 호출의 늪
언더페칭은 오버페칭의 정반대 개념으로,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한번의 API 호출로 모두 얻지 못해 여러 번의 추가 요청을 보내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REST의 자원 중심 설계 철학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용자의 프로필 페이지를 렌더링해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페이지에는 사용자의 기본 정보, 그 사용자가 작성한 최신 게시물 5개, 그리고 그 사용자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목록 3개가 필요합니다. RESTful한 접근 방식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API를 호출하게 될 것입니다.
GET /users/{userId}- 사용자의 기본 정보를 가져옵니다.GET /users/{userId}/posts?limit=5- 사용자의 게시물 목록을 가져옵니다.GET /users/{userId}/followers?limit=3- 사용자의 팔로워 목록을 가져옵니다.
이처럼 단 하나의 화면을 그리기 위해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에 최소 3번의 왕복(Round Trip)이 발생합니다. 각 요청은 네트워크 지연 시간(Latency)을 유발하며, 이는 전체적인 로딩 속도 저하의 주범이 됩니다. 프론트엔드에서는 이 세 가지 비동기 요청을 모두 관리하고, 데이터가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화면을 갱신하는 복잡한 상태 관리 로직이 필요해집니다.
이러한 오버페칭과 언더페칭 문제는 결국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간의 강한 의존성 문제로 귀결됩니다. 프론트엔드에서 새로운 화면을 기획하거나 기존 화면의 요구사항이 변경될 때마다, 백엔드는 그에 맞는 새로운 엔드포인트를 개발하거나 기존 엔드포인트를 수정해야 합니다. /users/summary, /users/detail, /users/for-admin 과 같이 특정 뷰에 종속적인 엔드포인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고, 이는 API의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유지보수를 어렵게 만듭니다. API 버전 관리(/v1, /v2)라는 또 다른 숙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입니다.
GraphQL의 핵심 철학 클라이언트 주도 데이터
GraphQL은 이러한 REST AP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GraphQL은 '그래프(Graph)'와 '쿼리 언어(Query Language)'의 조합입니다. 이는 API를 위한 쿼리 언어이며, 서버 측에서는 이 쿼리를 실행하기 위한 런타임입니다. GraphQL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은 데이터에 대한 제어권을 서버가 아닌 클라이언트에게 넘겨준다는 것입니다.
서버는 데이터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어떻게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스키마(Schema)'라는 일종의 명세서만 정의해 놓습니다. 그러면 클라이언트는 이 스키마를 보고 자신이 필요한 데이터의 구조를 직접 쿼리(Query)로 작성하여 서버에 요청합니다. 서버는 정확히 그 쿼리 모양대로 데이터를 구성하여 응답합니다.
앞서 REST의 언더페칭 예시에서 필요했던 '사용자 정보, 최신 게시물 5개, 팔로워 3명'의 데이터를 GraphQL로 요청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 하나의 요청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 POST /graphql
query GetUserProfile {
user(id: "1") {
name
email
posts(first: 5) {
id
title
createdAt
}
followers(first: 3) {
name
avatarUrl
}
}
}
이 GraphQL 쿼리는 서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 ID가 "1"인
user를 찾아서, - 그 사용자의
name과email필드를 원한다. - 또한, 그 사용자의
posts중 최신5개를 가져오되, 각 게시물의id,title,createdAt필드만 필요하다. - 그리고 그 사용자의
followers중 처음3명을 가져오되, 각 팔로워의name과avatarUrl필드만 필요하다.
서버는 이 쿼리를 받고, 정확히 이 구조에 맞는 JSON 응답을 생성하여 반환합니다.
{
"data": {
"user": {
"name": "홍길동",
"email": "gildong@example.com",
"posts": [
{ "id": "p101", "title": "GraphQL 시작하기", "createdAt": "2023-10-27T10:00:00Z" },
{ "id": "p100", "title": "REST API의 한계", "createdAt": "2023-10-26T15:30:00Z" }
// ... (총 5개의 게시물)
],
"followers": [
{ "name": "이순신", "avatarUrl": "/avatars/sunsin.jpg" },
{ "name": "세종대왕", "avatarUrl": "/avatars/sejong.jpg" },
{ "name": "김유신", "avatarUrl": "/avatars/yushin.jpg" }
]
}
}
}
보시는 바와 같이, 오버페칭과 언더페칭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었습니다. 클라이언트는 단 한 번의 요청으로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수신했습니다. 더 이상 여러 엔드포인트를 전전할 필요도,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낼 필요도 없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데이터 요구사항이 변경되더라도 백엔드 팀의 작업 완료를 기다릴 필요 없이, 클라이언트 코드에서 쿼리만 수정하면 됩니다. 이는 개발 속도와 생산성의 극적인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GraphQL의 세 가지 주요 작업 (Operations)
GraphQL은 단순히 데이터를 읽는 것(Query) 외에도 데이터를 변경하거나 실시간으로 받아보는 기능을 체계적으로 제공합니다.
- Query: 데이터를 읽는(Read) 데 사용됩니다. REST의 `GET` 요청과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 Mutation: 데이터를 생성(Create), 수정(Update), 삭제(Delete)하는 데 사용됩니다. REST의 `POST`, `PUT`, `DELETE` 요청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Mutation은 순차적 실행을 보장하여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Subscription: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서버가 클라이언트에게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푸시(Push)해주는 기능입니다. 웹소켓(WebSocket)을 기반으로 동작하며, 채팅, 실시간 알림, 라이브 데이터 피드 등을 구현할 때 매우 강력합니다.
구조적 차이 심층 분석 REST vs GraphQL
두 기술의 근본적인 차이는 API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됩니다. REST는 '자원의 목록'으로 API를 바라보는 반면, GraphQL은 '데이터의 그래프'로 API를 바라봅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구조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
| 항목 (Feature) | REST API | GraphQL API |
+---------------------------+-------------------------------------------------+------------------------------------------------------+
| 엔드포인트 (Endpoint) | 다중 엔드포인트 (e.g., /users, /posts/{id}) | 단일 엔드포인트 (일반적으로 /graphql) |
| 데이터 요청 방식 | 서버가 정의한 구조로 고정 (Fixed) | 클라이언트가 쿼리로 구조를 정의 (Flexible) |
| 오버/언더페칭 | 발생 가능성 높음 |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음 |
| 타입 시스템 | 없음 (JSON 스키마 등으로 보완 가능) | 강력한 타입 시스템 내장 (SDL) |
| 스키마 & 문서화 | 별도의 도구 필요 (e.g., Swagger/OpenAPI) | 스키마 자체가 문서의 역할 (Introspection) |
| 데이터 변경 | HTTP Methods (POST, PUT, DELETE) | Mutation 타입을 통해 명시적으로 수행 |
| 버전 관리 | URL을 통한 버전 관리 (e.g., /v1, /v2) | 일반적으로 불필요 (스키마 확장을 통해 하위 호환성 유지) |
| 프로토콜 | 주로 HTTP/HTTPS | 프로토콜에 비종속적 (주로 HTTP/HTTPS, WebSocket 사용) |
+---------------------------+-------------------------------------------------+------------------------------------------------------+
1. 엔드포인트: Multiple vs Single
REST API는 수많은 엔드포인트를 가집니다. 각 엔드포인트는 특정 자원을 나타내며, 이들의 집합이 API 전체를 구성합니다. 반면, GraphQL API는 일반적으로 /graphql이라는 단 하나의 엔드포인트만을 사용합니다. 모든 Query, Mutation, Subscription 요청이 이 단일 엔드포인트로 전송됩니다. 이는 API의 진입점을 하나로 통일하여 관리를 용이하게 하지만, 동시에 HTTP 레벨에서의 모니터링이나 캐싱 전략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2. 스키마와 타입 시스템 (Schema & Type System)
GraphQL의 가장 강력한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타입 시스템입니다. 서버 개발자는 SDL(Schema Definition Language)을 사용하여 API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의 타입과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type User {
id: ID!
name: String!
email: String
posts: [Post!]!
followers: [User!]!
}
type Post {
id: ID!
title: String!
content: String!
author: User!
createdAt: String!
}
type Query {
user(id: ID!): User
posts: [Post!]!
}
위 스키마는 `User`와 `Post`라는 두 가지 타입을 정의하고, 그들의 필드와 타입을 명시합니다. 느낌표(!)는 해당 필드가 Null이 될 수 없음(Non-nullable)을 의미합니다. 이 스키마는 API의 '계약서' 역할을 합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이 스키마만 보면 어떤 쿼리가 가능하고 어떤 데이터를 어떤 타입으로 받을 수 있는지 100%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의 실수를 줄여주고, 클라이언트와 서버 간의 소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킵니다.
반면, REST API는 자체적인 타입 시스템이 없습니다. 물론 OpenAPI(Swagger) 같은 명세 도구를 사용하여 API의 구조를 정의하고 문서를 생성할 수 있지만, 이는 부가적인 도구일 뿐 GraphQL처럼 API 런타임 자체에 내장된 강제적인 규약은 아닙니다.
3. 리졸버 (Resolver)
리졸버는 GraphQL의 백엔드 로직의 핵심입니다. 스키마에 정의된 각 필드에 대해, '이 필드의 데이터는 어떻게 가져와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함수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쿼리를 보내면, GraphQL 서버는 쿼리를 파싱하여 스키마의 각 필드에 매핑된 리졸버 함수를 순차적으로 실행하고, 그 결과를 모아 최종 응답을 만듭니다.
// 예시: JavaScript 기반의 리졸버
const resolvers = {
Query: {
user: (parent, args, context, info) => {
// args.id를 사용하여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용자를 조회하는 로직
return db.users.findById(args.id);
},
},
User: {
posts: (user, args, context, info) => {
// user.id를 사용하여 해당 사용자의 게시물을 조회하는 로직
return db.posts.findByAuthorId(user.id);
},
},
};
리졸버의 이러한 구조 덕분에 GraphQL은 특정 데이터베이스나 스토리지 기술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user` 리졸버는 PostgreSQL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고, `posts` 리졸버는 MongoDB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며, 또 다른 필드의 리졸버는 외부 REST API를 호출하여 데이터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환경에서 여러 데이터 소스를 통합하여 하나의 일관된 API로 제공하는 API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개발자 경험(DX) 관점에서 본 차이
기술의 우수성은 단순히 기술적 지표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개발자가 해당 기술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경험, 즉 개발자 경험(Developer Experience, DX)은 기술 채택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해방
GraphQL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 전례 없는 자유와 권한을 부여합니다.
- 독립성 향상: 더 이상 데이터 구조의 사소한 변경을 위해 백엔드 팀의 작업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한 데이터가 스키마에 존재하기만 한다면, 쿼리를 수정하는 것만으로 즉시 원하는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제품 개발의 이터레이션 속도를 크게 향상시킵니다.
- 자동 생성되는 문서: GraphQL은 인트로스펙션(Introspection)이라는 강력한 기능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서버에 어떤 타입과 쿼리가 존재하는지 물어보는 쿼리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GraphiQL이나 GraphQL Playground 같은 도구들은 이 인트로스펙션 기능을 활용하여 항상 최신 상태의 API 문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자동 완성 기능을 제공하여 쿼리 작성을 도와줍니다. 더 이상 오래되고 부정확한 API 문서 때문에 고통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 강력한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 Apollo Client, Relay, urql과 같은 GraphQL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들은 단순히 데이터 페칭을 넘어, 선언적 데이터 관리, 정교한 캐싱, 로컬 상태 관리, 로딩 및 에러 상태 처리 등 프론트엔드 개발의 복잡한 문제들을 우아하게 해결해주는 강력한 기능들을 제공합니다.
백엔드 개발자의 새로운 과제
반면, 백엔드 개발자에게 GraphQL은 새로운 종류의 고민과 과제를 안겨줍니다.
- 초기 학습 곡선: 스키마 설계, 타입 시스템, 리졸버 구현 등 REST API 개발과는 다른 개념들을 학습해야 합니다. 잘 설계된 스키마는 장기적으로 큰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초기에 올바른 추상화를 찾아내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요구합니다.
- 복잡한 쿼리 처리: 클라이언트에게 쿼리의 자유를 준다는 것은, 백엔드가 어떤 형태의 복잡한 쿼리가 들어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매우 깊게 중첩된 쿼리나 비용이 많이 드는 필드를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악의적인 쿼리는 서버에 심각한 부하를 줄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쿼리 복잡도 분석, 쿼리 깊이 제한, 타임아웃 등의 보호 장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 N+1 문제 해결: 리졸버의 순진한 구현은 심각한 성능 문제인 'N+1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명의 사용자를 조회하고, 각 사용자의 게시물을 조회하는 쿼리가 들어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사용자 목록을 가져오는 쿼리 1번, 그리고 각 사용자에 대해 게시물을 가져오는 쿼리 10번, 총 11번의 데이터베이스 조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Facebook에서 만든 DataLoader와 같은 배치(Batching) 및 캐싱(Caching)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여러 요청을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기법을 반드시 적용해야 합니다.
성능과 최적화의 미묘한 지점들
성능과 관련하여 REST와 GraphQL은 각기 다른 장단점과 고려사항을 가집니다.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캐싱(Caching) 전략의 변화
REST API의 큰 장점 중 하나는 HTTP 표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HTTP 캐싱은 매우 강력하고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GET /users/1과 같은 요청은 해당 URL을 키로 하여 브라우저, CDN, 프록시 서버 등 다양한 계층에서 쉽게 캐싱될 수 있습니다. 응답 헤더(Cache-Control, ETag 등)를 통해 캐시의 동작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반면 GraphQL은 단일 엔드포인트(/graphql)로 모든 요청을 POST 메소드로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HTTP 레벨의 캐싱을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요청 본문(body)의 쿼리 내용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URL 기반 캐싱이 무의미해집니다. 따라서 GraphQL의 캐싱은 주로 클라이언트 사이드에서 구현됩니다.
Apollo Client와 같은 라이브러리는 쿼리와 그 결과를 정규화(Normalization)하여 인-메모리 캐시에 저장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 목록을 가져오는 쿼리와 특정 사용자 한 명의 정보를 가져오는 쿼리가 있을 때, 라이브러리는 이들이 동일한 '사용자' 객체를 참조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데이터를 중복 없이 효율적으로 관리합니다. 이를 통해 앱 내에서 데이터 일관성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네트워크 요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류 처리 방식
오류 처리 방식에서도 두 기술은 차이를 보입니다.
- REST API: HTTP 상태 코드를 통해 오류의 종류를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200 OK는 성공,404 Not Found는 리소스를 찾을 수 없음,401 Unauthorized는 인증 실패,500 Internal Server Error는 서버 내부 오류 등, 개발자는 상태 코드를 보고 문제의 원인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GraphQL: 요청이 성공적으로 서버에 도달하고 파싱이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경우 HTTP 상태 코드
200 OK를 반환합니다. 실제 데이터 조회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응답 본문 내의errors필드에 오류에 대한 상세 정보를 담아 전달합니다.
// GraphQL 오류 응답 예시
{
"errors": [
{
"message": "User with ID '999' not found.",
"locations": [{ "line": 2, "column": 3 }],
"path": ["user"],
"extensions": {
"code": "NOT_FOUND",
"timestamp": "2023-10-27T12:00:00Z"
}
}
],
"data": {
"user": null
}
}
이 방식은 부분적인 성공을 처리하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한 쿼리에서 요청한 여러 필드 중 일부는 성공적으로 가져오고 일부는 실패했을 때, 성공한 데이터는 data 필드에, 실패한 정보는 errors 필드에 담아 함께 반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HTTP 레벨의 모니터링 도구에서 모든 요청이 '성공'으로 기록될 수 있어, 오류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응답 본문을 파싱하는 별도의 로직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언제 GraphQL을, 언제 REST를 선택해야 할까?
GraphQL은 'REST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특정 문제들을 더 잘 해결하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프로젝트에 GraphQL이 정답은 아니며, 프로젝트의 특성과 요구사항에 따라 적절한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GraphQL이 빛을 발하는 경우 ✨
- 다양한 클라이언트 환경: 웹, iOS, Android 등 각기 다른 플랫폼이 동일한 백엔드 API를 사용하지만 화면마다 요구하는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다를 때, GraphQL은 각 클라이언트가 최적의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게 해줍니다.
- 복잡한 데이터 모델과 관계: 소셜 네트워크, 이커머스 플랫폼처럼 데이터 간의 관계가 복잡하고 중첩된 구조를 자주 조회해야 할 때, GraphQL의 그래프 탐색 능력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여러 개의 독립적인 서비스로 분리된 백엔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 GraphQL을 API 게이트웨이로 활용하여 여러 서비스의 데이터를 조합하고 클라이언트에게는 단일하고 일관된 API 엔드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Federation'이라고 부릅니다.
-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프론트엔드 개발 속도가 중요할 때: 프론트엔드 팀이 백엔드에 대한 의존성 없이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해야 하는 애자일 환경에 매우 적합합니다.
여전히 REST가 좋은 선택일 수 있는 경우 🌐
- 단순하고 자원 중심적인 API: CRUD(Create, Read, Update, Delete)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간단한 리소스 기반의 API를 설계할 때는 REST의 직관성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 HTTP 캐싱이 매우 중요할 때: 공개 API(Public API)나 불특정 다수에게 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 CDN 등을 통한 강력한 HTTP 캐싱의 이점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 파일 업로드/다운로드: GraphQL로도 파일 처리가 가능하지만(주로 multipart-form 요청을 사용), REST는 바이너리 데이터를 다루는 데 더 간단하고 직접적인 방식을 제공합니다.
- 팀의 기술 숙련도: 팀 구성원들이 REST API와 관련 생태계에 매우 익숙하지만 GraphQL 경험이 전무하다면,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학습 비용과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API 개발의 새로운 지평
GraphQL은 REST API가 오랫동안 지배해 온 API 세계에 등장한 강력한 대안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차이를 넘어, 클라이언트와 서버가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서버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제공하던 '레스토랑 모델'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만 골라 담는 '뷔페 모델'로의 전환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오버페칭과 언더페칭 문제를 해결하고, 강력한 타입 시스템을 통해 API의 안정성을 높이며, 프론트엔드 개발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GraphQL의 장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백엔드 개발의 복잡성 증가, 새로운 성능 최적화 과제, 그리고 기존 인프라와의 통합 문제 등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GraphQL과 REST API는 경쟁 관계가 아닌, 서로 다른 문제 해결에 특화된 상호 보완적인 도구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앞에 놓인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를 선택하는 개발자의 지혜일 것입니다. GraphQL의 등장은 개발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과 함께 API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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